Barbie the Album / Various Artists
그레타 거윅(Greta Gerwig) 감독의 작품인 <레이디 버드>와 <작은 아씨들>의 사운드트랙에 대해 쓴 적이 있다. 그런 만큼 이 여성 감독의 작품 세계를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나 또한 여성으로서 바비 인형을 가지고 놀던 어린 시절의 추억을 간직하고 있다. 다만 한국인인 내게는 바비보다 국산 브랜드에서 나온 미미나 쥬쥬가 더 친숙했던 것 같다. 아무튼, 어린 시절 갖고 놀던 인형이 바비든 미미든 쥬쥬든 간에 중요한 것은 바비 인형이 가진 상징과 본질일 것이다. 어린 시절 역할놀이의 수단이자 여성 이미지의 이상적인 모델로서 바비는 소녀들이 꿈꿀 수 있도록 하는, 가까이에 머무는 장난감이었다. 그러나 한편으론 성 상품화를 부추기거나 너무도 완벽한 미의 기준을 제시한 탓에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바비>는 2023년에 개봉한 영화이지만, 지금 이 영화를 보고 드는 생각은 여전히 구체적으로 남는 것 같다. 이 영화의 놀라운 점은 바비 인형이 가진 상징을 총동원하고 인간들의 사회에 빗대어 ‘가부장제’에 짓눌려 잃어버리거나 희미해진 여성의 주체성의 회복을 형상화하는 풍자성인데, 그것이 그려진 방식이나 취하는 어조에서 이 영화만의 독특한 시각과 감성이 살아 있다고 느낀 데에서 찾을 수 있다. 적당히 유머러스하고, 조금 삐딱할지라도 기본적으로 다정하며 온기 있는 낙관적인 시선. 전투는 하되 위협적인 무기는 버리는 것. 결국 남는 것은 승부에 따른 결과이고, 슬픔과 배려 따위의 인간적인 감정이다. 바비랜드라는 장소 자체가 이미 과장된 현실로, 현실에 기댄 허상으로서 받아들여지기 때문에 이곳에서 일어나는 갖가지 사건들이 비현실적이라 해도 줄거리에서 크게 비약이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이 영화는 의도적으로 전투, 파티, 현실과 공상 등의 소재들을 상징에 대한 접근과 해석으로서 다룬다. 바꿔 말하면 피상적인 접근이라 할 수 있지만 소재들의 내부에 깊이 배인 알레고리와 패러디화로 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