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 (Taylor’s Version) / Taylor Swift
테일러 스위프트가 정규 앨범을 내는 사이마다 재녹음 앨범에 대한 소식을 접할 수 있었다. 그러니까 <Fearless>와 <Red>의 ‘Taylor’s version’은 정규 9집 <Evermore>와 <Midnights> 사이에 나왔고, <Speak Now>와 이 앨범 <1989>의 ‘Taylor’s version’은 <Midnights>를 발표한 이듬해인 2023년에 다시 팬들을 찾아왔다. 그렇다면 정규 앨범을 완성해 나가기에도 빠듯할 시간에 왜 이 슈퍼스타는 수고롭게도 기존 앨범을 재녹음했을까?
이제는 파급력이 어마어마해진 이 젊은 여가수가 자신의 과거 앨범을 재녹음하게 된 배경에는 자신의 곡들에 대한 마스터권을 가져오기 위한 목적이 있다. 특히 과거 소속사였던 빅 머신의 소유주가 변경되면서 그녀에게 앙숙과도 같은 이에게 마스터권이 넘어가게 되었고, 거기에 발끈한 뮤지션은 과거 앨범에 대한 재녹음 작업을 공표–그렇게 함으로써 새 마스터권을 생성하고 현 소속사와의 계약 내용에 따라 자신이 그것을 소유하게 되면서 과거의 마스터권을 무효화시키는–하고 그것을 현실화하기 시작했다. 다시 말하면 이 재녹음 작업은 자신의 곡에 대한 마스터권을 다른 이에게 넘어가지 않도록 하기 위한 한 뮤지션의 혁신적 투쟁인 셈이다. 그리고 그녀의 투쟁은 이 앨범 <1989 (Taylor’s Version)>--재녹음 작업에서 네 번째에 해당하는–로 완전한 승리가 된 것으로 보인다. 혼동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원본과 최대한 비슷하게 연출했던 <Fearless>와 <Speak Now>, <Red>의 Taylor’s version 앨범 커버들과는 달리, <1989 (Taylor’s Version)>에 이르러서는 의도적인 비약을 허용했다. 프레임 안에는 조금 초점이 흐리긴 해도 뮤지션의 활짝 웃는 얼굴이 담겨 있고, 원본 앨범 커버에서 그녀의 티셔츠 속에 갇혀 있던 갈매기들은 이제 창공을 날아다닌다. 여기에서 드러나는 건 뮤지션의 자신감과 위트다. 출발점에서 그녀를 헐뜯고 비아냥대던 주자들은 이제 레이스에서 보이지도 않는다. 그녀는 스타이기 전에 한 인간으로서 외부의 적들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법을 터득한 것 같아 보인다. 캐치한 팝 멜로디와 그녀답게 솔직한 가사들, 레트로와 현대적 감성을 접목했던 팝 앨범 <1989>. 이 앨범을 듣고 즐길 수 있다면 우리는 세대나 신분, 처지를 벗어나 음악의 카테고리를 통해 세상을 재정의할 수 있으리라.
<1989>는 80년대 신스 팝 스타일을 테일러 스위프트만의 색깔로 재현하는 것에 중점을 둔 앨범이었고, 컨트리에서 팝으로 장르 면에서 전면적 변화를 추구했으며, 그러한 변화를 성공으로 이끈 상징적 앨범이었다. 음악적으로 레트로한 컨셉에 기대어 오리지널 앨범에서는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활용한 앨범 커버를 선보였다. 프레임에서 잘려나간 얼굴은 이제 <1989 (Taylor’s Version)>에서 원 없이 볼 수 있다. 테일러 스위프트의 팬인 ‘스위프티’인지 아닌지의 여부를 벗어나 청자들은 더 이상 그녀의 과거 앨범들을 돌아볼 필요가 없어졌다. 마스터권 분쟁에 전혀 관심이 없다고 해도 음악팬이라면, 기왕이면 테일러의 버전을 선호하게 될 확률이 높다. <1989 (Taylor’s Version)>은 지금까지 테일러 스위프트의 재녹음 음반들이 그래온 것처럼 ‘from the vault’라 통칭되는 아웃테이크들을 수록해 열 곡 정도 수록곡을 더 늘렸다. 이제 그녀의 재녹음 투쟁은 일종의 예술적 재현과 실천 행위로 거듭났다. 배경은 자기 자신의 지적 유산에 대한 소유권 다툼이지만, 그녀는 늘 그렇듯 날렵한 프로정신과 시대의 흐름을 잘 읽어내는 획기적 구성으로 뮤지션으로서 성공적인 자기 갱신을 또 한 번 이룩했다. 과거에 내가 <Folklore>에 관해 글을 쓸 때 그녀가 기네스북에 몇 번 올랐다고 적었는데, 이제는 그 얘기 말고 다른 것을 해야겠다. 2023년 그녀는 오직 음악 수익만으로 억만장자 반열에 오른 최초의 여가수가 되었다. 10집까지의 앨범을 발표한 현시점에 대규모 세계 투어가 된 The Eras 투어(2023년부터 2024년 말까지 진행될 예정, 아쉽게도 한국에서는 볼 수 없다)를 통해 올린 공연 수익금도 어마어마하고, 주변 도시나 관련 상품 구매로 인한 경제적 반등 효과까지 나타나 ‘스위프트노믹스’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졌을 정도(https://youtu.be/_XyK8Hish0s?si=Kz9pjVcTUuxy2F1c)라고 하니, 그녀는 진정 음악계의 거인 여가수다. 단순히 키가 180cm여서 하는 말이 아니라 여러 가지 행보들을 읽었을 때 틀림없이 공감하게 될 수식어라 생각된다.
‘이건 새 사운드트랙이야, 난 이 비트에 맞춰 영원토록 춤출 수 있어(It’s a new soundtrack, I could dance to this beat, beat forevermore)’. Welcome to New York은 뉴욕 대도시의 사운드가 순식간에 당신을 주인공으로 만들어버리는 마법의 노래다. 파리에 도착해 샹송을 듣는다면 뉴욕에 도착하면 반드시 들어야 할 노래. 망상보다는 건전한 도취가 일으키는 인간적인 설렘으로 효과적인 기분전환에 도달할 것이다.
Blank Space는 자신에게 쏟아진 언론의 비난들에 대해 적나라하게 되받아치는 가사들이 주를 이루는 일종의 반격이고, Style과 Out of the Woods는 그녀가 작사에 주 재료로 삼아 오고 있는– 다큐 <미스 아메리카나>를 보면 그녀는 이것을 다른 가수들과 그녀가 차별화되는 그만의 ‘특성’으로 여긴다– 자신의 이야기 및 지난 연인들과의 추억을 다룬다. 오후의 졸음에서 번쩍 깨어날 것만 같은 댄스 튠 Shake it Off는 자신을 둘러싼 루머들에 맞서기보단 스스로를 해방시키는 쪽을 택한다. 색소폰과 혼이 사용되어 음악적으로도 이 노래는 조금 다르게 느껴지기도 했는데, 듣는 순간 즉각적으로 흥겨워지는 하이퍼 아드레날린과도 같았다.
켄드릭 라마가 피처링한 Bad Blood에서는 투박한 힙합 비트와 결합한 새로운 시도를 보여주었고, 라나 델 레이가 연상되는 맥박 같은 비트와 낮은 보컬 톤, 몽환적 분위기를 부각시킨 Wildest Dreams는 앞부분에 수록된 젊은 감성과는 또 다른 매력으로 어필한다.
‘From the vault’ 트랙들을 통해서는 확실히, <Folklore>부터 <Midnights> 까지의 앨범들을 지난 이후의 작업임을 의식하고 듣게 되었던 것 같다. 얼터너티브 록과 포크를 접목해 그녀만의 판타지를 구축했던 <Folklore>에서 두드러졌던 낮은 보컬 트랙들이 연상되었다. 그러니까, 성숙도 면에서 과거 <1989>를 만들던 시기와는 차이점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특히 Now That We Don’t Talk가 유난히 귓가를 맴돌았는데 외부의 시선이 아니라 연인과 나의 관계 내부로 초점이 옮겨져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랬다. 물론 가사와 작곡은 그 시절에 이루어진 것이지만, 이번 재녹음 작업에서 뮤지션의 더욱 성숙해진 시각을 통해 다듬어졌으리란 추측이 든다.
나는 분명히, 내 취향에 대해 말할 수 있다. 테일러 스위프트든 어떤 가수의 앨범에 대해서든 말이다. 그런데 취향과는 다르게 내 마음이 동요한다고 느끼는 것들도 더러 있는 것 같다. 취향의 스트라이크존이 있다면 그런 것들은 약간 테두리에 걸쳐져 있다고 할까. 테일러 스위프트의 <1989 (Taylor’s Version)>은 분명 내 취향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이 앨범을 듣는 동안 계속해서 그녀의 행보가 내게 영감을 주고 내 행동을 고무한다고 느꼈다. 어쩌면 나도, 소녀 같았던 시절에 이런 꿈을 꾸지 않았을까. 내게 이 앨범은 틀림없이 테일러 스위프트라는 뮤지션을 다시 보게 만드는 계기로 작용했다. 때때로 <Folklore> 이전 작업에 접근할 때마다 장벽이 있다고 느꼈는데, <1989 (Taylor’s Version)>는 접근이 어려워 보이던 그것들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하는 구름다리가 되어 주었다.
이제는 파급력이 어마어마해진 이 젊은 여가수가 자신의 과거 앨범을 재녹음하게 된 배경에는 자신의 곡들에 대한 마스터권을 가져오기 위한 목적이 있다. 특히 과거 소속사였던 빅 머신의 소유주가 변경되면서 그녀에게 앙숙과도 같은 이에게 마스터권이 넘어가게 되었고, 거기에 발끈한 뮤지션은 과거 앨범에 대한 재녹음 작업을 공표–그렇게 함으로써 새 마스터권을 생성하고 현 소속사와의 계약 내용에 따라 자신이 그것을 소유하게 되면서 과거의 마스터권을 무효화시키는–하고 그것을 현실화하기 시작했다. 다시 말하면 이 재녹음 작업은 자신의 곡에 대한 마스터권을 다른 이에게 넘어가지 않도록 하기 위한 한 뮤지션의 혁신적 투쟁인 셈이다. 그리고 그녀의 투쟁은 이 앨범 <1989 (Taylor’s Version)>--재녹음 작업에서 네 번째에 해당하는–로 완전한 승리가 된 것으로 보인다. 혼동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원본과 최대한 비슷하게 연출했던 <Fearless>와 <Speak Now>, <Red>의 Taylor’s version 앨범 커버들과는 달리, <1989 (Taylor’s Version)>에 이르러서는 의도적인 비약을 허용했다. 프레임 안에는 조금 초점이 흐리긴 해도 뮤지션의 활짝 웃는 얼굴이 담겨 있고, 원본 앨범 커버에서 그녀의 티셔츠 속에 갇혀 있던 갈매기들은 이제 창공을 날아다닌다. 여기에서 드러나는 건 뮤지션의 자신감과 위트다. 출발점에서 그녀를 헐뜯고 비아냥대던 주자들은 이제 레이스에서 보이지도 않는다. 그녀는 스타이기 전에 한 인간으로서 외부의 적들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법을 터득한 것 같아 보인다. 캐치한 팝 멜로디와 그녀답게 솔직한 가사들, 레트로와 현대적 감성을 접목했던 팝 앨범 <1989>. 이 앨범을 듣고 즐길 수 있다면 우리는 세대나 신분, 처지를 벗어나 음악의 카테고리를 통해 세상을 재정의할 수 있으리라.
<1989>는 80년대 신스 팝 스타일을 테일러 스위프트만의 색깔로 재현하는 것에 중점을 둔 앨범이었고, 컨트리에서 팝으로 장르 면에서 전면적 변화를 추구했으며, 그러한 변화를 성공으로 이끈 상징적 앨범이었다. 음악적으로 레트로한 컨셉에 기대어 오리지널 앨범에서는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활용한 앨범 커버를 선보였다. 프레임에서 잘려나간 얼굴은 이제 <1989 (Taylor’s Version)>에서 원 없이 볼 수 있다. 테일러 스위프트의 팬인 ‘스위프티’인지 아닌지의 여부를 벗어나 청자들은 더 이상 그녀의 과거 앨범들을 돌아볼 필요가 없어졌다. 마스터권 분쟁에 전혀 관심이 없다고 해도 음악팬이라면, 기왕이면 테일러의 버전을 선호하게 될 확률이 높다. <1989 (Taylor’s Version)>은 지금까지 테일러 스위프트의 재녹음 음반들이 그래온 것처럼 ‘from the vault’라 통칭되는 아웃테이크들을 수록해 열 곡 정도 수록곡을 더 늘렸다. 이제 그녀의 재녹음 투쟁은 일종의 예술적 재현과 실천 행위로 거듭났다. 배경은 자기 자신의 지적 유산에 대한 소유권 다툼이지만, 그녀는 늘 그렇듯 날렵한 프로정신과 시대의 흐름을 잘 읽어내는 획기적 구성으로 뮤지션으로서 성공적인 자기 갱신을 또 한 번 이룩했다. 과거에 내가 <Folklore>에 관해 글을 쓸 때 그녀가 기네스북에 몇 번 올랐다고 적었는데, 이제는 그 얘기 말고 다른 것을 해야겠다. 2023년 그녀는 오직 음악 수익만으로 억만장자 반열에 오른 최초의 여가수가 되었다. 10집까지의 앨범을 발표한 현시점에 대규모 세계 투어가 된 The Eras 투어(2023년부터 2024년 말까지 진행될 예정, 아쉽게도 한국에서는 볼 수 없다)를 통해 올린 공연 수익금도 어마어마하고, 주변 도시나 관련 상품 구매로 인한 경제적 반등 효과까지 나타나 ‘스위프트노믹스’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졌을 정도(https://youtu.be/_XyK8Hish0s?si=Kz9pjVcTUuxy2F1c)라고 하니, 그녀는 진정 음악계의 거인 여가수다. 단순히 키가 180cm여서 하는 말이 아니라 여러 가지 행보들을 읽었을 때 틀림없이 공감하게 될 수식어라 생각된다.
‘이건 새 사운드트랙이야, 난 이 비트에 맞춰 영원토록 춤출 수 있어(It’s a new soundtrack, I could dance to this beat, beat forevermore)’. Welcome to New York은 뉴욕 대도시의 사운드가 순식간에 당신을 주인공으로 만들어버리는 마법의 노래다. 파리에 도착해 샹송을 듣는다면 뉴욕에 도착하면 반드시 들어야 할 노래. 망상보다는 건전한 도취가 일으키는 인간적인 설렘으로 효과적인 기분전환에 도달할 것이다.
Blank Space는 자신에게 쏟아진 언론의 비난들에 대해 적나라하게 되받아치는 가사들이 주를 이루는 일종의 반격이고, Style과 Out of the Woods는 그녀가 작사에 주 재료로 삼아 오고 있는– 다큐 <미스 아메리카나>를 보면 그녀는 이것을 다른 가수들과 그녀가 차별화되는 그만의 ‘특성’으로 여긴다– 자신의 이야기 및 지난 연인들과의 추억을 다룬다. 오후의 졸음에서 번쩍 깨어날 것만 같은 댄스 튠 Shake it Off는 자신을 둘러싼 루머들에 맞서기보단 스스로를 해방시키는 쪽을 택한다. 색소폰과 혼이 사용되어 음악적으로도 이 노래는 조금 다르게 느껴지기도 했는데, 듣는 순간 즉각적으로 흥겨워지는 하이퍼 아드레날린과도 같았다.
켄드릭 라마가 피처링한 Bad Blood에서는 투박한 힙합 비트와 결합한 새로운 시도를 보여주었고, 라나 델 레이가 연상되는 맥박 같은 비트와 낮은 보컬 톤, 몽환적 분위기를 부각시킨 Wildest Dreams는 앞부분에 수록된 젊은 감성과는 또 다른 매력으로 어필한다.
‘From the vault’ 트랙들을 통해서는 확실히, <Folklore>부터 <Midnights> 까지의 앨범들을 지난 이후의 작업임을 의식하고 듣게 되었던 것 같다. 얼터너티브 록과 포크를 접목해 그녀만의 판타지를 구축했던 <Folklore>에서 두드러졌던 낮은 보컬 트랙들이 연상되었다. 그러니까, 성숙도 면에서 과거 <1989>를 만들던 시기와는 차이점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특히 Now That We Don’t Talk가 유난히 귓가를 맴돌았는데 외부의 시선이 아니라 연인과 나의 관계 내부로 초점이 옮겨져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랬다. 물론 가사와 작곡은 그 시절에 이루어진 것이지만, 이번 재녹음 작업에서 뮤지션의 더욱 성숙해진 시각을 통해 다듬어졌으리란 추측이 든다.
나는 분명히, 내 취향에 대해 말할 수 있다. 테일러 스위프트든 어떤 가수의 앨범에 대해서든 말이다. 그런데 취향과는 다르게 내 마음이 동요한다고 느끼는 것들도 더러 있는 것 같다. 취향의 스트라이크존이 있다면 그런 것들은 약간 테두리에 걸쳐져 있다고 할까. 테일러 스위프트의 <1989 (Taylor’s Version)>은 분명 내 취향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이 앨범을 듣는 동안 계속해서 그녀의 행보가 내게 영감을 주고 내 행동을 고무한다고 느꼈다. 어쩌면 나도, 소녀 같았던 시절에 이런 꿈을 꾸지 않았을까. 내게 이 앨범은 틀림없이 테일러 스위프트라는 뮤지션을 다시 보게 만드는 계기로 작용했다. 때때로 <Folklore> 이전 작업에 접근할 때마다 장벽이 있다고 느꼈는데, <1989 (Taylor’s Version)>는 접근이 어려워 보이던 그것들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하는 구름다리가 되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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