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Know I’m Funny haha / Faye Webster
어떤 음악을 좋아하는지는 어디까지나 당신의 취향에 달려 있다. 그 음악을 이루고 있는 요소들을 한 조각씩 떼어내 생각해 보자. 목소리는 어떠한가? 멜로디는 어떻게 흘러가는가? 템포는 느린 편인가 빠른 편인가? 커버 재킷이 주는 첫인상은 어떤가? 처음 보는 뮤지션인가? 타이틀과 제목의 뉘앙스는 어떻게 느껴지는가? 앨범의 컨셉이나 뮤지션의 인상착의는 어떤 종류에 속한다고 생각되는가? 처음 노래를 들었을 때 직관적으로 어떤 감정이 스쳐갔는가?
신인이거나, 아니면 음반을 여러 장 냈지만 제대로 들어본 적 없거나, 미처 알지 못했던 뮤지션의 몇 번째 앨범과 나는 처음으로 만나게 된다. 페이 웹스터의 <I Know I’m Funny haha>는 그런 앨범이었다. 나는 그녀에 대해 아는 내용이 전혀 없이 커버 이미지와 함께 노래부터 듣게 되었다. 음악이 들려오자마자 머릿속에선 분류와 판단이 눈부시게 이루어졌을 것이다. 목소리? 제법 좋음. 템포? 적당함. 멜로디? 듣기 좋음. 전반적인 음악의 분위기? 이상적. 앨범 재킷? 마음에 듦. 코트니 바넷, 줄리아 재클린, 올더스 하딩이 연상되는? 객관에서 주관으로 단어들이 뻗어나가고 결국 그 끝에 ‘페이 웹스터’라는 새 항목이 만들어졌을 것이다.
페이 웹스터의 <I Know I’m Funny haha>는 어느 한 시기 내가 즐겨 들었던 앨범이다. 특히 어떤 때였느냐면, 책을 만들면서였다. 나는 생전 처음으로 내가 쓴 글로 이루어진 책을 손수 만드는 경험을 했는데, 특히 글을 쓰는 자아에서 나 자신을 분리하고 시각적인 작업을 할 때 이 앨범을 BGM처럼 플레이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고는 이 앨범이 전반적으로 가지고 있는 차분하고 싱그러우면서도 개성적인 분위기가 나의 작업에 영향을 미치거나 스며들기를 바랐다. 바이닐 구매는 최근에 했으므로 그 당시에는 주로 스트리밍으로 음악을 들었지만 지금 바이닐로 다시 이 앨범을 들으니 나는 그 시절을 되찾은 것처럼 기분이 묘해진다. 어쩌면 과거 한 조각의 경험은 비록 그 당시에 내가 빨리 통과해버리고 싶은 것이었다고 해도 지나고 나면 사무치게 그리워질 때도 있고, 뒤늦게 그때의 나를 다시 바라보며 웃게 되기도 한다. ‘내가 우스웠다는 건 나도 알아, 하하’. 따지고 보면 세상사의 많은 경우에는 ‘웃으며 넘어가는 것’ 외에 다른 도리가 별로 없는 때가 많다. 그건 몇 번의 소통 경험을 통해 체득한 그럴듯한 요령이기도 하고 자기방어적 심리를 내포하기도 한다.
페이 웹스터는 이 앨범과 전작 <Atlanta Millionaires Club>을 구분하면서, 수록곡들이 한층 낙관적이며 안정된 상태에서 쓰였고 바로 그런 정서가 반영되었음을 밝힌 바 있다(https://secretlycanadian.com/record/i-know-im-funny-haha/). ‘당신은 나를 좋은 방식으로 울고 싶게 만들어(You make me wanna cry in a good way)’라 고백하는 In a Good Way는 이 앨범의 시작점이었다. 이 곡은 올드 팝과 컨트리 등을 베이스 컬러로 한 음악에 알앤비를 가미한 발라드로 위와 같은 가사를 전달하기에 좋았다.
오프닝 곡 Better Distractions는 연인이 서로 떨어져 있는 시간 동안 방해 요소가 많을수록 다시 함께 하게 되었을 때 더 큰 소중함을 느낀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https://www.songtell.com/faye-webster/better-distractions). 그래서 More Distractions(더 많은 방해)이 아니라 Better Distractions(더 나은 방해)이다. 화자는 그가 너무 좋아서 모든 것을 함께 하고 싶은 감정을 느끼지만 더 큰 행복을 위해 자신의 욕심을 내려놓게 된다. 보통 의존적 성향의 사람이 그런 경우가 많을 테지만, 시간이 흐르고 경험이 쌓이면 더욱 성숙한 시각과 판단을 갖게 되어 틀림없이 ‘따로 또다시 함께’의 행복감을 맛보게 될 것이다. 이 곡은 오바마 대통령이 재임기에 발표한 즐겨 듣는 음악 리스트(2020)에 포함되기도 했다(https://www.billboard.com/music/music-news/barack-obama-favorite-songs-2020-9503113/).
타이틀이 된 I Know I’m Funny haha에서 그녀는 하찮고 사소한 것들에 주목했다고 말한다. 집주인으로부터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경험, 파트너의 가족들이 술에 취해 그녀를 알아보지 못한 해프닝들을 이야기 속에 집어넣었다. 엄밀히 말하면 그녀의 창의적 시선은 웃긴 이야기 바로 그것에 향하는 것이 아니라 웃긴 이야기 바깥을 향하고 있다. 그 시선은 누군가 그녀에게 웃기다고 말하고 즉시 그녀 스스로 시인하는 지점에 멎어 있다. 그것은 이 앨범이 우리가 예술에 대해 잘 기대하지 않는 ‘웃음’을 소재로 삼은 배경이 되었다. 온통 부조리한 상황을 통과하면서 그녀는 씁쓸하게 시인한다. ‘맞아, 난 웃긴 사람이야’. 페이 웹스터의 ‘haha’는 전혀 웃음이 나지 않는 상황에 처한 ‘나’ 자신을 두고 울지 않고 웃고자 했을 때 일어나는 의식적인 웃음이다. 아니면, 웃어 보려는 노력이나 시도, 너무 오래 웃지 않아서 잊어버린 웃음의 발성 찾기에 가까워 보인다.
Both All the Time에서 그녀는 ‘lonely와 lonesome에는 차이가 있다’고 느끼지만 자신은 그 둘 모두라고 말한다. 그래서 자신의 감정이 얼마나 격해지는지 묘사하기보다는, 차분하게 자신의 행동과 감정을 읽는다. 그녀는 집 밖에 나갈 이유를 찾을 수 없고 결말을 알기 때문에 같은 책을 반복해 읽으며 두려움에 불을 켠 채 잠드는 상황 이미지를 연속적으로 드러내 하나의 단편적 이야기를 직조해간다. 그러한 이미지들이 모여 청자의 마음속에 어떤 정념이 맺히게 된다. 이 곡은 말하자면 그림자 영역에 속할 것이다. 유난히 자기 존재의 불완전성을 드러냈다고 생각되므로.
Overslept에서는 일본 뮤지션 메이 에하라(mei ehara)가 피처링으로 참여했다. 이 앨범은 코로나 바이러스 팬데믹 봉쇄기로부터 큰 타격을 입은 것은 아니지만 중간에 녹음 작업이 중단되는 차질을 빚기는 했다. 그래서 마지막 트랙으로 수록된 Half of Me는 뮤지션이 홈레코딩으로 직접 녹음해 만들어낸 것이라 한다. 마지막에 수록된 두 곡은 그런 이유에서 앨범의 전반적인 분위기와 몇 퍼센트 다른 풍경을 그리는 것 같다.
신인이거나, 아니면 음반을 여러 장 냈지만 제대로 들어본 적 없거나, 미처 알지 못했던 뮤지션의 몇 번째 앨범과 나는 처음으로 만나게 된다. 페이 웹스터의 <I Know I’m Funny haha>는 그런 앨범이었다. 나는 그녀에 대해 아는 내용이 전혀 없이 커버 이미지와 함께 노래부터 듣게 되었다. 음악이 들려오자마자 머릿속에선 분류와 판단이 눈부시게 이루어졌을 것이다. 목소리? 제법 좋음. 템포? 적당함. 멜로디? 듣기 좋음. 전반적인 음악의 분위기? 이상적. 앨범 재킷? 마음에 듦. 코트니 바넷, 줄리아 재클린, 올더스 하딩이 연상되는? 객관에서 주관으로 단어들이 뻗어나가고 결국 그 끝에 ‘페이 웹스터’라는 새 항목이 만들어졌을 것이다.
페이 웹스터의 <I Know I’m Funny haha>는 어느 한 시기 내가 즐겨 들었던 앨범이다. 특히 어떤 때였느냐면, 책을 만들면서였다. 나는 생전 처음으로 내가 쓴 글로 이루어진 책을 손수 만드는 경험을 했는데, 특히 글을 쓰는 자아에서 나 자신을 분리하고 시각적인 작업을 할 때 이 앨범을 BGM처럼 플레이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고는 이 앨범이 전반적으로 가지고 있는 차분하고 싱그러우면서도 개성적인 분위기가 나의 작업에 영향을 미치거나 스며들기를 바랐다. 바이닐 구매는 최근에 했으므로 그 당시에는 주로 스트리밍으로 음악을 들었지만 지금 바이닐로 다시 이 앨범을 들으니 나는 그 시절을 되찾은 것처럼 기분이 묘해진다. 어쩌면 과거 한 조각의 경험은 비록 그 당시에 내가 빨리 통과해버리고 싶은 것이었다고 해도 지나고 나면 사무치게 그리워질 때도 있고, 뒤늦게 그때의 나를 다시 바라보며 웃게 되기도 한다. ‘내가 우스웠다는 건 나도 알아, 하하’. 따지고 보면 세상사의 많은 경우에는 ‘웃으며 넘어가는 것’ 외에 다른 도리가 별로 없는 때가 많다. 그건 몇 번의 소통 경험을 통해 체득한 그럴듯한 요령이기도 하고 자기방어적 심리를 내포하기도 한다.
페이 웹스터는 이 앨범과 전작 <Atlanta Millionaires Club>을 구분하면서, 수록곡들이 한층 낙관적이며 안정된 상태에서 쓰였고 바로 그런 정서가 반영되었음을 밝힌 바 있다(https://secretlycanadian.com/record/i-know-im-funny-haha/). ‘당신은 나를 좋은 방식으로 울고 싶게 만들어(You make me wanna cry in a good way)’라 고백하는 In a Good Way는 이 앨범의 시작점이었다. 이 곡은 올드 팝과 컨트리 등을 베이스 컬러로 한 음악에 알앤비를 가미한 발라드로 위와 같은 가사를 전달하기에 좋았다.
오프닝 곡 Better Distractions는 연인이 서로 떨어져 있는 시간 동안 방해 요소가 많을수록 다시 함께 하게 되었을 때 더 큰 소중함을 느낀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https://www.songtell.com/faye-webster/better-distractions). 그래서 More Distractions(더 많은 방해)이 아니라 Better Distractions(더 나은 방해)이다. 화자는 그가 너무 좋아서 모든 것을 함께 하고 싶은 감정을 느끼지만 더 큰 행복을 위해 자신의 욕심을 내려놓게 된다. 보통 의존적 성향의 사람이 그런 경우가 많을 테지만, 시간이 흐르고 경험이 쌓이면 더욱 성숙한 시각과 판단을 갖게 되어 틀림없이 ‘따로 또다시 함께’의 행복감을 맛보게 될 것이다. 이 곡은 오바마 대통령이 재임기에 발표한 즐겨 듣는 음악 리스트(2020)에 포함되기도 했다(https://www.billboard.com/music/music-news/barack-obama-favorite-songs-2020-9503113/).
타이틀이 된 I Know I’m Funny haha에서 그녀는 하찮고 사소한 것들에 주목했다고 말한다. 집주인으로부터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경험, 파트너의 가족들이 술에 취해 그녀를 알아보지 못한 해프닝들을 이야기 속에 집어넣었다. 엄밀히 말하면 그녀의 창의적 시선은 웃긴 이야기 바로 그것에 향하는 것이 아니라 웃긴 이야기 바깥을 향하고 있다. 그 시선은 누군가 그녀에게 웃기다고 말하고 즉시 그녀 스스로 시인하는 지점에 멎어 있다. 그것은 이 앨범이 우리가 예술에 대해 잘 기대하지 않는 ‘웃음’을 소재로 삼은 배경이 되었다. 온통 부조리한 상황을 통과하면서 그녀는 씁쓸하게 시인한다. ‘맞아, 난 웃긴 사람이야’. 페이 웹스터의 ‘haha’는 전혀 웃음이 나지 않는 상황에 처한 ‘나’ 자신을 두고 울지 않고 웃고자 했을 때 일어나는 의식적인 웃음이다. 아니면, 웃어 보려는 노력이나 시도, 너무 오래 웃지 않아서 잊어버린 웃음의 발성 찾기에 가까워 보인다.
Both All the Time에서 그녀는 ‘lonely와 lonesome에는 차이가 있다’고 느끼지만 자신은 그 둘 모두라고 말한다. 그래서 자신의 감정이 얼마나 격해지는지 묘사하기보다는, 차분하게 자신의 행동과 감정을 읽는다. 그녀는 집 밖에 나갈 이유를 찾을 수 없고 결말을 알기 때문에 같은 책을 반복해 읽으며 두려움에 불을 켠 채 잠드는 상황 이미지를 연속적으로 드러내 하나의 단편적 이야기를 직조해간다. 그러한 이미지들이 모여 청자의 마음속에 어떤 정념이 맺히게 된다. 이 곡은 말하자면 그림자 영역에 속할 것이다. 유난히 자기 존재의 불완전성을 드러냈다고 생각되므로.
Overslept에서는 일본 뮤지션 메이 에하라(mei ehara)가 피처링으로 참여했다. 이 앨범은 코로나 바이러스 팬데믹 봉쇄기로부터 큰 타격을 입은 것은 아니지만 중간에 녹음 작업이 중단되는 차질을 빚기는 했다. 그래서 마지막 트랙으로 수록된 Half of Me는 뮤지션이 홈레코딩으로 직접 녹음해 만들어낸 것이라 한다. 마지막에 수록된 두 곡은 그런 이유에서 앨범의 전반적인 분위기와 몇 퍼센트 다른 풍경을 그리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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