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ugh Track / The National
더 내셔널의 <Laugh Track>은 팬들을 깜짝 놀라게 한 ‘서프라이즈’ 앨범이었다. 새 정규 앨범이 이렇게 빨리 나올 거라고 예상한 사람은 아마도 없었을 것이다. ‘서프라이즈’ 앨범 발표로 인해 그룹은 자신들이 굳혀 온 패턴을 스스로 깨뜨리게 되었고, 그 시기의 남다른 생산력을 드러내게 되었다. 우선적으로 ‘서프라이즈’ 형태의 마케팅에 시선이 쏠리지만, 한 앨범을 마무리짓고 에너지를 소진한 상태에서 곧바로 새 앨범 작업에 돌입해 그것을 가시화하는 일은 상당한 정신력이 요구되는 일이다. 비치 하우스의 <Thank Your Lucky Stars>와 테일러 스위프트의 <Evermore>가 이런 식으로 공개되었다. 이제 ‘서프라이즈’는 활동을 오래 해온 뮤지션이라면 한번쯤 거쳐가도 좋을 만한 하나의 패턴이 된 것은 아닐까? 창작자는 괴롭지만 팬들은 즐겁다.
우리는 <First Two Pages of Frankenstein>이 보컬 맷 버닝어의 창의력을 감퇴시키는 우울증과 팬데믹으로 인한 고립감, 무력감을 딛고 탄생된 ‘재회’의 언어를 담고 있다는 사실을 안다. 앨범을 발표한 것이 갑작스러웠던 일일뿐 <Laugh Track>의 수록곡들은 <First Two Pages of Frankenstein> 때 대부분 쓰였다. 밴드는 선행한 앨범에 들어갈 만한 것을 추려내기 위해 이것들을 분류했고, 분류라기보다는 맷을 중심으로 내러티브를 가지는 <First Two Pages of Frankenstein>을 그에 따라 완성시켰고, 마침내 본 이베어가 피처링한 Weird Goodbyes가 수록될 장소를 연쇄적인 차기작 속에 마련하게 되었다. <Laugh Track>은 그룹이 보다 비우고 (혹은 비우는 것을 허락하고), 보다 느슨해지고 (혹은 느슨해지는 것을 허락하고), 쉽게 말하면 마음의 부담 같은 것을 ‘내려놓은 (내려놓는 것을 허락한)’ 앨범이 되었지만 24년 가까이 함께 음악을 해온 그들에게서 여전히 스파크가 되는 ‘열정’을 확인할 수 있고 앨범을 통해 그것이 가능함을 증명할 수 있었다. (There’s something about The National. The spark in the band hasn’t faded. There’s been times where we’ve run on fumes, but whatever that alchemy is that causes us to make music that we love is still there. –https://www.esquire.com/entertainment/a45126264/aaron-dessner-the-national-laugh-track-interview/)
‘Laugh Track’은 시트콤이나 TV쇼 등에서 방청객들의 리액션을 끌어내기 위해 녹음된 웃음소리를 집어넣는데, 그때 쓰이는 짤막한 웃음 트랙을 말한다. (이 웃음 들어본 것 같다; https://en.wikipedia.org/wiki/File:72843_lonemonk_approx-800-laughter-only-1.wav) 그 웃음은 실제보다 과장될 때가 많아서 조금만 민감해도 그것이 ‘지금 일어난’ 방청객의 소리가 아님을 즉각 알아차릴 수 있을 만큼 ‘조작성’이 도드라진다. 감정이 타인에게 잘 전염되듯이 이 조작된 웃음은 우리에게 웃음 바이러스를 전염시키도록 고안되었지만, 이 웃음 트랙의 현상 자체를 조명할 때 미디어의 현대적 도구화에 관한 씁쓸함이 어디쯤에 맺힌다. ‘부조리극’에 상응할 만한 효과를 거두는 Laugh Track, 나와 무관하게 깔깔거리는 그것과 내 웃음 사이에는 균열이 있고 불일치함을 느끼게 되면서 결국 현대성과 기술 발전이 빚어낸 허망함이 남는다.
Deep End (Paul’s in pieces)는 송라이팅의 여러 측면에서 전형적인 더 내셔널다움을 강조한 곡이라 생각된다. 의식 속에 웅덩이처럼 자리한 절망으로 소용돌이치는 순간을 읽게 만드는 노래. 가사는 추상적이고 포괄적으로 쓰여서 아무래도 화자와 글쓴이 사이의 거리가 부각된다. 이런 점에서 그룹의 음악이 한층 성숙했음을 느끼게 될 것이다. 아론 데스너가 설명하듯이, ‘이 앨범은 전작에 비해 역동성이 더욱 두드러진다’. 그것은 드럼 머신보다 라이브 드럼에 더 무게를 실으며 얻은 결과였다. 그래서 이 곡은 ‘맷의 휴머니티를 돋보이도록 하는 것은 브라이언의 직선적이고 기계적 정밀성과 파워를 가진 드럼 연주’임을 정면으로 입증하는 트랙이 되었다(“It’s linear, almost mechanical and incredibly powerful drumming that bounces off Matt’s humanity. I think it’s the strange magic of The National –https://www.independent.co.uk/arts-entertainment/music/features/the-national-album-laugh-track-matt-berninger-b2416601.html). 이어지는 곡은 본 이베어(Bon Iver)가 피처링한 Weird Goodbyes. 이 곡은 드럼 머신을 사용했고 서정성을 강조하기에 더없이 좋은 분위기다. 노래는 이렇게 시작된다. Memorize the bathwater, memorize the air / There’ll come a time I’ll wanna know I was here(욕조의 물을 암기하고, 공기를 암기하라 / 언젠가 내가 여기에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싶어지는 때가 올 테니). 그리고 유난히 현전성이 도드라지는 단어들로 빽빽이 차 있다. names, handprints, concrete, fever, eyelashes, traffic patterns… 그리고 산업화된 세계와 결부 지어지는 단어들, humidity, history, chemistry, panic, electric minivans… 화자는 치매라도 걸린 사람인가? 너무 느리게 움직여서 수상쩍어 보이는 자동차처럼 슬픔과 돌이킬 수 없는 세상 끝의 인사들이 도래한다. 가사에 ‘나는 레몬 밭의 갓길에 서 있어(I’m on a shoulder of lemon fields)’라는 부분이 있고, 레몬의 의미를 해독하고자 했을 때 여러 가지 갈래로 나뉘는 것을 느꼈다. <High Violet>의 수록곡 Lemonworld(https://youtu.be/UboQWreICaA?si=glE95nrYS-WK0TUW)도 떠올랐고, 불량품이라는 뜻도 있지만, 정답은 없다는 생각에서 톡 쏘는 신맛과 향을 가진 레몬이 망가져가는 화자에게는 더 이상 의미 있게 여겨질 수 없는 싱그러움의 상징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Dreaming은 몽상에 대한 적절한 카운슬링이다. 이 곡은 몽상가인 당신을 주인공으로 삼는다. 여기서 화자가 의사라고 가정해 보자. 당신은 몽상의 병을 앓는 환자고 진료를 위해 그를 찾았다. 그는 ‘당신은 언제나 당신이 없는 곳에 있군요 / 하늘 위로 자신을 매장한 셈이죠 / 삶을 위해 설계된 / 진정한 사랑을 손끝에서 느껴보세요(You’re always where you leave yourself / Six feet in the sky / True love at your fingertips / Engineered for life)’라는 팁을 준다. 이야기가 도달하는 곳은 ‘꿈은 그만 꿔도 돼요, 내가 대신 꿀게요.’라는 말을 듣는 지점이다. 아마도 ‘꿈을 앓는 만큼’ 돌아보게 될 노래로, 이 곡은 ‘우리 자신을 이상화하는 방식을 반영하고 몽상의 세계를 살 때 빠지게 되는 함정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기에 (Overall, “Dreaming” by The National explores the complexities of self-perception, the desire for fulfillment, and the tension between dreams and reality. It invites reflection on the ways we construct and idealize ourselves, as well as the potential pitfalls of living in a world of dreams.--https://www.songtell.com/the-national/dreaming), 우리에게 자기기만이나 자기 합리화에 순조롭게 이르지 못하도록 태클을 걸 수 있다.
타이틀 Laugh Track에서 전작에 이어 피처링에 참여한 피비 브리저스(Phoebe Bridgers)의 노래를 들을 수 있다. 그녀는 마치 남자 가수가 된 듯, 아니면 맷의 저음(바리톤)을 모방이라도 한 듯, 중성적이고 낮은 음정으로 읊조린다. 이런 상상이 가능해진다. 주인공은 우울의 한가운데를 서성이는 배우이고 우리는 그의 내면을 읽는 관중이다. ‘발은 미끄러질 것 같고 손은 떨리고 곧 눈에서 눈물이 흐를 것 같은, 결코 밝아지지 못하리란 절망’에 휩싸여 있고 주인공이 우스꽝스러워질 때마다 ‘웃음 트랙’이 흘러나오도록 되어 있다. 그리고 그의 공간 안에 또 다른 웃음 트랙이 있다. 그 웃음 트랙은 그에게 일말의 희망이다. 그것은 절박함으로 그를 ‘움직이게’ 하고 슬픔에 반하여 ‘행동하게’ 하는 유일한 동기다. 그의 발끝과 손가락 끝에 어쩌면 장면을 바꿀 수 있을지 모를 기대가 서려 있다.
후회와 회한은 Space Invader처럼 찾아온다. 당신의 귓가에서 자꾸만 참견하고 귀찮게 들러붙는 사람. 그건 타인일 수도 있고 환영일 수도 있다. ‘내가 만일 그때 그러지 않았다면…’ 되돌릴 수 있는 건 생각과 가정뿐. 그의 불길한 상념은 ‘하수구에 빠져 있는 어떤 책’을 그리며 절정에 이른다. ‘너무 로맨틱하고, 너무 슬프고 너무 광기 어린’ 이야기. 극심한 우울증을 겪는 내면 풍경에 다름 아니다. 자기 내부에서 일어나는 광분의 감정들을 통제하지 못하면 하나의 인격체로서 무력감에 시달리게 된다. 그러니까 우울증은 절망과 희망과 무력감의 비선형적이고 야만적인 번복이다. 이 곡은 <Trouble Will Find Me>의 Demons (https://youtu.be/N527oBKIPMc?si=ShjCAagYCI1ECBoH)를 떠올리게 만든다.
마지막 트랙 Smoke Detector는 Deep End보다 더 더 내셔널 다움을 보여준다. 오랜 팬들에게는 한층 더 젊은 시절의 그들을 만나는 완벽한 타임머신이 되었다. 불길한 음조의 기타 사운드와 함께 보컬은 스포큰 워드 투의 읊조림을 이어가며 포스트 펑크와 슈게이징 그룹의 앵콜 무대를 보는 것 같은 현장감을 물씬 풍긴다. 다시금 느슨해진 주의를 집중하도록 촉구하는, 그들이 여전히 젊고 길들여지지 않았음이 시사되는 흥미로운 엔딩이다.
[참조 사이트]
https://www.independent.co.uk/arts-entertainment/music/features/the-national-album-laugh-track-matt-berninger-b2416601.html
https://www.esquire.com/entertainment/a45126264/aaron-dessner-the-national-laugh-track-interview/
https://www.songtell.com/the-national/dreaming
https://www.songtell.com/the-national/smoke-detector
A Conversation Between Matt Berninger and David Letterman
우리는 <First Two Pages of Frankenstein>이 보컬 맷 버닝어의 창의력을 감퇴시키는 우울증과 팬데믹으로 인한 고립감, 무력감을 딛고 탄생된 ‘재회’의 언어를 담고 있다는 사실을 안다. 앨범을 발표한 것이 갑작스러웠던 일일뿐 <Laugh Track>의 수록곡들은 <First Two Pages of Frankenstein> 때 대부분 쓰였다. 밴드는 선행한 앨범에 들어갈 만한 것을 추려내기 위해 이것들을 분류했고, 분류라기보다는 맷을 중심으로 내러티브를 가지는 <First Two Pages of Frankenstein>을 그에 따라 완성시켰고, 마침내 본 이베어가 피처링한 Weird Goodbyes가 수록될 장소를 연쇄적인 차기작 속에 마련하게 되었다. <Laugh Track>은 그룹이 보다 비우고 (혹은 비우는 것을 허락하고), 보다 느슨해지고 (혹은 느슨해지는 것을 허락하고), 쉽게 말하면 마음의 부담 같은 것을 ‘내려놓은 (내려놓는 것을 허락한)’ 앨범이 되었지만 24년 가까이 함께 음악을 해온 그들에게서 여전히 스파크가 되는 ‘열정’을 확인할 수 있고 앨범을 통해 그것이 가능함을 증명할 수 있었다. (There’s something about The National. The spark in the band hasn’t faded. There’s been times where we’ve run on fumes, but whatever that alchemy is that causes us to make music that we love is still there. –https://www.esquire.com/entertainment/a45126264/aaron-dessner-the-national-laugh-track-interview/)
‘Laugh Track’은 시트콤이나 TV쇼 등에서 방청객들의 리액션을 끌어내기 위해 녹음된 웃음소리를 집어넣는데, 그때 쓰이는 짤막한 웃음 트랙을 말한다. (이 웃음 들어본 것 같다; https://en.wikipedia.org/wiki/File:72843_lonemonk_approx-800-laughter-only-1.wav) 그 웃음은 실제보다 과장될 때가 많아서 조금만 민감해도 그것이 ‘지금 일어난’ 방청객의 소리가 아님을 즉각 알아차릴 수 있을 만큼 ‘조작성’이 도드라진다. 감정이 타인에게 잘 전염되듯이 이 조작된 웃음은 우리에게 웃음 바이러스를 전염시키도록 고안되었지만, 이 웃음 트랙의 현상 자체를 조명할 때 미디어의 현대적 도구화에 관한 씁쓸함이 어디쯤에 맺힌다. ‘부조리극’에 상응할 만한 효과를 거두는 Laugh Track, 나와 무관하게 깔깔거리는 그것과 내 웃음 사이에는 균열이 있고 불일치함을 느끼게 되면서 결국 현대성과 기술 발전이 빚어낸 허망함이 남는다.
Deep End (Paul’s in pieces)는 송라이팅의 여러 측면에서 전형적인 더 내셔널다움을 강조한 곡이라 생각된다. 의식 속에 웅덩이처럼 자리한 절망으로 소용돌이치는 순간을 읽게 만드는 노래. 가사는 추상적이고 포괄적으로 쓰여서 아무래도 화자와 글쓴이 사이의 거리가 부각된다. 이런 점에서 그룹의 음악이 한층 성숙했음을 느끼게 될 것이다. 아론 데스너가 설명하듯이, ‘이 앨범은 전작에 비해 역동성이 더욱 두드러진다’. 그것은 드럼 머신보다 라이브 드럼에 더 무게를 실으며 얻은 결과였다. 그래서 이 곡은 ‘맷의 휴머니티를 돋보이도록 하는 것은 브라이언의 직선적이고 기계적 정밀성과 파워를 가진 드럼 연주’임을 정면으로 입증하는 트랙이 되었다(“It’s linear, almost mechanical and incredibly powerful drumming that bounces off Matt’s humanity. I think it’s the strange magic of The National –https://www.independent.co.uk/arts-entertainment/music/features/the-national-album-laugh-track-matt-berninger-b2416601.html). 이어지는 곡은 본 이베어(Bon Iver)가 피처링한 Weird Goodbyes. 이 곡은 드럼 머신을 사용했고 서정성을 강조하기에 더없이 좋은 분위기다. 노래는 이렇게 시작된다. Memorize the bathwater, memorize the air / There’ll come a time I’ll wanna know I was here(욕조의 물을 암기하고, 공기를 암기하라 / 언젠가 내가 여기에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싶어지는 때가 올 테니). 그리고 유난히 현전성이 도드라지는 단어들로 빽빽이 차 있다. names, handprints, concrete, fever, eyelashes, traffic patterns… 그리고 산업화된 세계와 결부 지어지는 단어들, humidity, history, chemistry, panic, electric minivans… 화자는 치매라도 걸린 사람인가? 너무 느리게 움직여서 수상쩍어 보이는 자동차처럼 슬픔과 돌이킬 수 없는 세상 끝의 인사들이 도래한다. 가사에 ‘나는 레몬 밭의 갓길에 서 있어(I’m on a shoulder of lemon fields)’라는 부분이 있고, 레몬의 의미를 해독하고자 했을 때 여러 가지 갈래로 나뉘는 것을 느꼈다. <High Violet>의 수록곡 Lemonworld(https://youtu.be/UboQWreICaA?si=glE95nrYS-WK0TUW)도 떠올랐고, 불량품이라는 뜻도 있지만, 정답은 없다는 생각에서 톡 쏘는 신맛과 향을 가진 레몬이 망가져가는 화자에게는 더 이상 의미 있게 여겨질 수 없는 싱그러움의 상징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Dreaming은 몽상에 대한 적절한 카운슬링이다. 이 곡은 몽상가인 당신을 주인공으로 삼는다. 여기서 화자가 의사라고 가정해 보자. 당신은 몽상의 병을 앓는 환자고 진료를 위해 그를 찾았다. 그는 ‘당신은 언제나 당신이 없는 곳에 있군요 / 하늘 위로 자신을 매장한 셈이죠 / 삶을 위해 설계된 / 진정한 사랑을 손끝에서 느껴보세요(You’re always where you leave yourself / Six feet in the sky / True love at your fingertips / Engineered for life)’라는 팁을 준다. 이야기가 도달하는 곳은 ‘꿈은 그만 꿔도 돼요, 내가 대신 꿀게요.’라는 말을 듣는 지점이다. 아마도 ‘꿈을 앓는 만큼’ 돌아보게 될 노래로, 이 곡은 ‘우리 자신을 이상화하는 방식을 반영하고 몽상의 세계를 살 때 빠지게 되는 함정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기에 (Overall, “Dreaming” by The National explores the complexities of self-perception, the desire for fulfillment, and the tension between dreams and reality. It invites reflection on the ways we construct and idealize ourselves, as well as the potential pitfalls of living in a world of dreams.--https://www.songtell.com/the-national/dreaming), 우리에게 자기기만이나 자기 합리화에 순조롭게 이르지 못하도록 태클을 걸 수 있다.
타이틀 Laugh Track에서 전작에 이어 피처링에 참여한 피비 브리저스(Phoebe Bridgers)의 노래를 들을 수 있다. 그녀는 마치 남자 가수가 된 듯, 아니면 맷의 저음(바리톤)을 모방이라도 한 듯, 중성적이고 낮은 음정으로 읊조린다. 이런 상상이 가능해진다. 주인공은 우울의 한가운데를 서성이는 배우이고 우리는 그의 내면을 읽는 관중이다. ‘발은 미끄러질 것 같고 손은 떨리고 곧 눈에서 눈물이 흐를 것 같은, 결코 밝아지지 못하리란 절망’에 휩싸여 있고 주인공이 우스꽝스러워질 때마다 ‘웃음 트랙’이 흘러나오도록 되어 있다. 그리고 그의 공간 안에 또 다른 웃음 트랙이 있다. 그 웃음 트랙은 그에게 일말의 희망이다. 그것은 절박함으로 그를 ‘움직이게’ 하고 슬픔에 반하여 ‘행동하게’ 하는 유일한 동기다. 그의 발끝과 손가락 끝에 어쩌면 장면을 바꿀 수 있을지 모를 기대가 서려 있다.
후회와 회한은 Space Invader처럼 찾아온다. 당신의 귓가에서 자꾸만 참견하고 귀찮게 들러붙는 사람. 그건 타인일 수도 있고 환영일 수도 있다. ‘내가 만일 그때 그러지 않았다면…’ 되돌릴 수 있는 건 생각과 가정뿐. 그의 불길한 상념은 ‘하수구에 빠져 있는 어떤 책’을 그리며 절정에 이른다. ‘너무 로맨틱하고, 너무 슬프고 너무 광기 어린’ 이야기. 극심한 우울증을 겪는 내면 풍경에 다름 아니다. 자기 내부에서 일어나는 광분의 감정들을 통제하지 못하면 하나의 인격체로서 무력감에 시달리게 된다. 그러니까 우울증은 절망과 희망과 무력감의 비선형적이고 야만적인 번복이다. 이 곡은 <Trouble Will Find Me>의 Demons (https://youtu.be/N527oBKIPMc?si=ShjCAagYCI1ECBoH)를 떠올리게 만든다.
마지막 트랙 Smoke Detector는 Deep End보다 더 더 내셔널 다움을 보여준다. 오랜 팬들에게는 한층 더 젊은 시절의 그들을 만나는 완벽한 타임머신이 되었다. 불길한 음조의 기타 사운드와 함께 보컬은 스포큰 워드 투의 읊조림을 이어가며 포스트 펑크와 슈게이징 그룹의 앵콜 무대를 보는 것 같은 현장감을 물씬 풍긴다. 다시금 느슨해진 주의를 집중하도록 촉구하는, 그들이 여전히 젊고 길들여지지 않았음이 시사되는 흥미로운 엔딩이다.
[참조 사이트]
https://www.independent.co.uk/arts-entertainment/music/features/the-national-album-laugh-track-matt-berninger-b2416601.html
https://www.esquire.com/entertainment/a45126264/aaron-dessner-the-national-laugh-track-interview/
https://www.songtell.com/the-national/dreaming
https://www.songtell.com/the-national/smoke-detector
A Conversation Between Matt Berninger and David Letter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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