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ly God Was Above Us / Vampire Weekend
Only God Was Above Us / Vampire Weekend
아이스크림을 누가 싫어할까
책을 만드는 동안 음반에 관해 글 쓰는 활동을 두 달 가까이 손에서 놓게 되었다. 끊임없이 더 나은 것을 바라고 추구하는 심리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는 근본적 욕구 중 하나일 것이다. 안타깝게도 음악 글쓰기의 반복적 행위가 가져다주던 안정감이나 목록을 축적하는 듯한 소박한 만족감은 점점 옅어지고 있었다. 그 무렵 매너리즘과 위기감, 비판 의식 등 부정적인 생각들이 내 안에서 둥지를 틀어 갔다. 가지고 있던 에너지도 모두 소진한 기분이 들어 이대로는 도저히 더 해 나갈 수 없을 것만 같았다. 온통 시야가 어두워져 좋은 음악, 말하고 싶고 쓰고 싶은 음악도 좀처럼 눈에 띄지 않았다.
일종의 도피처럼 책 작업에 몰두하며 글에 대해 망각하기를 실천하던 무렵, 음악계에선 매우 놀라운 현상들이 벌어지고 있었다. 참 이상하게도, 내 귀와 시선을 사로잡는 뮤지션들의 신보가 폭포수처럼 쏟아지던 것이었다. 매력적인 신보 소식들을 접하고는, 나는 단번에 현혹되어 도무지 여기에서 그만둬 버릴 수가 없다 싶은, 의욕이 다시 샘솟기 시작했다.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유명한 그룹이지만 아직 musicnote에서는 한 번도 다루지 못한 그룹 뱀파이어 위켄드. 글쓰기로의 컴백에 적절한 모멘텀이 된 <Only God Was Above Us>—줄임말은 OGWAU—는 올해 4월 5일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단편적으로 들어본 앨범은 한 곡 한 곡이 너무도 좋았고, 폐기된 지하철의 도시적이면서 훼손된 느낌을 담은 커버 이미지 또한 궁금증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검색해 보니 커버 이미지는 설치 예술가 스티븐 시겔(Steven Siegel)이 작업한 사진들 중 하나였다. (앨범 커버에 쓰인 이미지들과 뮤직비디오 또한 그의 과거 작업들을 가져와 재구성해, 시각적인 면에서 앨범 콘셉트에 많은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Only God Was Above Us라는 타이틀은? Ice Cream Piano, Prep-School Gangsters, Mary Boone은 무얼 의미하는 거지? 나는 다시 책으로 눈을 돌렸지만 머지않아 그 속으로 다시 들어가 보겠다는 야심에 다시 의욕적인 마인드가 되었다.
<Only God Was Above Us>는 모두 10곡을 수록한 그룹의 다섯 번째 앨범으로 전작 <Father of the Bride> 이후 5년 만에 발표된 신작이다. 프로듀싱은 3집 <Modern Vampires of the City>와 4집 <Father of the Bride>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에리얼 렉트샤이드(Ariel Rechtshaid)와 뱀파이어 멤버들이 공동으로 맡았다. 전작 <Father of the Bride>가 포크와 컨트리부터 바로크 팝 등을 폭넓게 수용한 웨스트 코스트 분위기의 밝은 인디 록 음악을 선보였다면 이번 앨범은 반대편, 이스트 코스트다. 20세기 뉴욕시에 대한 개인적 기억과 사건들, 영감을 주제로 풀어낸 것이다. 보컬 에즈라 코에닉(Ezra Koenig)은 뱀파이어 멤버들인 베이오(Baio)와 CT가 모여 담소를 나누는 캠프파이어 영상에서 모든 곡이 ‘all killer, no filler’라고 표현하며 자신감을 드러내는데, 음악을 들어 보면 그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기란 어려울 것 같다.
첫 곡 Ice Cream Piano는 제목만 보면 아이스크림처럼 달콤한 피아노 선율을 이야기할 것 같지만, 실상은 갈등과 무력함을 비참하게 드러낸다. 그는 노래에서 ‘동음이의(homophone)’를 활용했다. ‘꿈속에서, 난 피아노를 절규해, 부드럽게 고음에 이르지(In dreams, I scream piano, I softly reach the high note)’. 또한 그의 절망은 일기처럼 솔직하다, ‘세상은 노래하지 않는 가수를 알아보지 못해(The world don’t recognize a singer who won’t sing)’. 선율들은 이따금 자기만의 레이스를 질주하는 것 같고, 종결부의 캐스케이딩(Cascading)한 현악 파트 연주와 견고함을 무너뜨리는 엔딩은 인상적인 여운을 남긴다.
‘염소자리’를 의미하는 Capricorn은 감미롭고 우수에 찬 듯 느껴진다. 절망보다 절망이 만들어낸 상흔을 응시하고 위로하는 듯한 태도가 더 크기 때문일까. 이 곡은 12월 30일과 31일에 태어나 그 해나 그 이듬해 어디에도 속한 것 같지 않은 경계의 인물을 주인공으로 삼았다. ‘당신이 태어난 해는 / 빨리 끝나버렸어 / 그리고 그다음 해는 당신의 해가 아니었지 / 요절하기엔 나이가 많고 / 혼자 살아가기엔 아직 어려(The year that you were born / Finished fast / And the next one wasn’t yours / Too old for dyin’ young / Too young to live alone)’, 이쪽도 저쪽도, 그 어디에도 속한 것 같지 않은, 존재론적 위기를 겪는 캐릭터의 애매모호한 상황을 유머러스하게 잘 드러낸다.
‘사이키델릭 거쉰(psychedelic Gershwin)’이라 표현된, 산만한 피아노 리프가 중심이 되어 이끌어가는 Connect. 화자는 청자들을 지하 세계로 데리고 간다. ‘기억들은 희미해지지 않아(The memories don’t fade), 한번 잃어버리면 찾을 수 없다는 걸 알아(I know once it’s lost, it’s never found), 그리드는 땅속에 묻혀 있어(The grid is buried in the ground)’, 연결되지 않아 이상한 것 같은 중얼거림들이 메아리치는 어두컴컴한 지하로. 오브젝트들의 어색한 배치, ‘거리의 광부들, 침실에 있는 닭들 / 이제 내가 연결될 수 없으면 이상한 걸까? (The sandhogs in the street, the chickens in her bedroom / Now is it strange I can’t connect?)’를 통해 태연히 청자의 주의를 환기시키면서, 실존적 물음을 던지며 의욕적인 태도로 혼돈에서 벗어나기를 시도한다.
Prep-School Gangsters는 부유한 가정의 자녀들이 수학하는 사립 학교 학생들과 상대적으로 빈곤한 지역 출신 학생들이 연합해 일종의 ‘갱단’을 만든 것에 대한 매거진 기사의 헤드라인을 노래의 제목으로 따온 것이다. 화자는 ‘여름이 가을로 변할 무렵’, 뉴욕의 어느 거리에서 이 갱단 무리와 마주한다면 어떤 일이나 생각을 겪을지에 대한 상상력을 발휘한다. 심플한 기타와 피아노 멜로디가 조화를 이루는 도입부는 고풍스럽고 감성적이던 그룹의 과거 음악 카탈로그를 슬쩍 열어 보여주는 듯하다.
Gen-X Cops는 동명의 홍콩 영화에서 따온 이름이다. NPR 인터뷰를 참조하면 에즈라 코에닉은 성장기에 홍콩 무협 영화를 즐겨 보았는데, 이제 40대가 된, 뮤지션이며, 중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이기도 했던, 이제 한 가정의 가장인 그의 창의적 발상이 유년기 흥미롭게 봤던 영화와 함께 빚어졌다는 사실이 제법 흥미롭다. ‘각각의 세대들은 그들만의 사과를 한다(each generation makes its own apology)’, 그는 자신의 세대와 아버지 세대, 그리고 자신의 아들 세대에 관해 두루 묵상하고 비슷한 점들을 파악하기도 한다. 뮤직비디오도 홍콩 무협 영화의 코믹하면서도 진지한 액션 연출을 흉내–홍콩 무협 영화를 흉내 낸 왕가위의 영화 <중경삼림>에 삽입된 일부 장면을 연상케 하기도 한–냈고, 스릴 넘치는 도입부는 의심의 여지없이 액션 영화 테마에 근접하다.
Mary Boone은 예술적 커리어에 대한 야심을 안고 뉴욕에 도착한 젊은이들의 모습을 그려낸 노래라고 설명되어 있는데, 그게 전부는 아닌 것 같다. 그런 상황 묘사는 일자리를 구하는 모습을 그린 서두에서 그친다. 메리 분은 화자의 알 수 없는 대상의 가칭에 가까울 수도 있지만, 그녀가 실존 인물이라는 점에서 개인적인 동시에 공적인 힘이 실린 상징으로 느껴진다. 메리 분은 80년대에 뉴욕의 아트 신을 장악했던 전성기를 보내고 세금 문제로 수감된 이력이 있는데, 이 노래는 그녀의 감형을 청원하기 위해 쓰인 예술인 동료들과 지인들의 편지들 중 하나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콰이어의 고전적 충실성과 디제이 프로세스의 혁신적인 충돌이 새로 나타난 예술 사조를 보는 듯 신선하다.
Hope의 ‘난 당신이 그것을 내려놓기를 바라(I hope you let it go)’라는 구절은 꽤 아프게 다가온다. 왜냐하면 나는 ‘내려놓을 것’이 있어서 그 말이 꼭 내게 하는 말처럼 느껴지고, 아무도 그런 말을 해주지 않는다고 느끼지만 뜻밖의 상황에서 그런 말을 듣기 때문일 것이다. 나뿐 아니라 여러분 모두에게도 그런 위로가 전해질 거라 믿는다.
전반적으로 화자는 정착 못하는 삶에 대해 괴로운 감정을 드러낸다. 그래서 노매드 같은 삶이 주는 지독한 외로움이나 고립에 대해 필연적으로 돌아보게 만든다. 노래 제목에 쓰인 ‘Prep-School Gangsters’나 ‘Gen-X Cops’, ‘Mary Boone’, ‘Pravda’ 같은 실재하는 명칭과 타이틀, 인명 등이 정착 못하는 삶에 무게를 부여하는 모래주머니들 같다고 생각했다. 이런 것들로 발목을 채우다 보면 이리저리 흩날리던 몸이 마침내 땅에 붙고 말 테니까. 모래주머니들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어딘가에 뿌리내리고 싶은 건 인간의 기초적 욕망 중 하나가 아닐까. 그런데, 타이틀은 하늘에서 왔다. ‘Only God Was Above Us’는 알로하 항공 243 사건(1988) 생존자의 증언이었다. 난데없이 천장이 뜯겨져나간 비행기 안에서 마주해야 했던 하늘은 공포 그 자체였을 것이다. ‘오직 신만이 우리 위에 있었죠’, 그의 느낌은 시간 속에 매장되어 있었고 2024년 우리는 한 록 밴드의 앨범 커버에 쓰인 사진 속에서 모델이 들고 있는 신문의 헤드라인 문구를 통해 그의 감정을 다시 읽게 된다. <Only God Was Above Us>는 20세기의 ‘뉴욕’이라는 장소에 국한시킨 다채로운 이야기이다. 땅밑에서부터 하늘까지 커넥트 되는 폐지하철을 타고 듣기 좋을 만한 이야기다.
As you know, I took a break from writing about music for nearly two months. <Only God Was Above Us>—abbreviated as OGWAU—was captured amid this period. This gave an effective momentum for me to resume the writing. I listened to the album briefly, each song was quite interesting. Also the cover image, shot in an abandoned subway, was enough to raise my curiosity.
The opener Ice Cream Piano, unlike its sweet meaning, miserably reveals conflict and helplessness. He used ‘homophone’ in one line, the noun ‘Ice Cream’ simply changed to ‘I scream’. That's so poetic transition.
Connect is led by a distracting piano riff described as ‘Psychedelic Gershwin’. The speaker takes the listeners to the underground, to a place where strange, unconnected mutterings echo in the dark basement. ‘The sandhogs in the street, the chickens in her bedroom / Now is it strange I can’t connect?’, By this awkward setting, the song calls the listener's attention and asks an existential question that looks like trying to escape from emotional turmoil.
The repetitive phrase in Hope, ‘I hope you let it go’ is totally resonating with me. This may be because I have something to ‘let go’, so it feels like the message is said directly to me, and although I feel like no one is saying those words, I hear them in this unexpected way. I believe that such comfort will be conveyed to all of you, too.
Although I didn’t mention Capricorn, Prep-School Gangsters, Gen-X Cops and Mary Boone on this tiny page, they are all splendid. Overall, the speaker reveals painful feelings about the life of not being able to settle down. Therefore, it inevitably makes you contemplate the extreme loneliness and isolation that a nomad-like life brings. I thought that the real names, titles used in the song’s titles, such as 'Prep-School Gangsters', 'Gen-X Cops', 'Mary Boone', and 'Pravda', roled as sandbags that gave weight to the speaker who suffered from not settling down. If you fill your ankles with these sand weights, your fluttering-around-body will finally fall into place. Isn't it a fundamental humane desire to want to take root somewhere, even with the help of these supplementary means?
By the way, the title came from the sky. ‘Only God Was Above Us’ was the testimony of a survivor of the Aloha Flight 243 incident(1988). The horrible sky that the survivor had to face in an airplane whose ceiling was suddenly torn off while flying. His feeling was buried in time, in many developments or changes, and other disasters. In 2024 we read that feeling through the headline of a newspaper held by a model in a photo used on the album cover of a rock band. Is this an artistic exposure for the past? Is this an innovative way of educating history for next generations? The varied stories are confined to a place called ‘New York City’ in the 20th century. And this is a story worth listening to while you ride the scrapped subway that connects from the basement to the sky.
-참조
https://www.npr.org/2024/04/06/1243230526/ezra-koenig-on-the-new-vampire-weekend-album-only-god-was-above-us
https://youtu.be/3wMavKf7i6g?si=Ujxvcj0Hvca94Cbj
https://stevensiegelphotographer.com/ogwau.html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