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eper Well / Kacey Musgraves
Deeper Well / Kacey Musgraves
지난주 다루었던 다미엔 주라도 만큼, 어쩌면 케이시 머스그레이브스의 음악으로 손을 뻗기까지는 더 많은 관심이 모아져야 했을 것이다. 뮤지션에 대한 내 관심이 아직 덜 무르익었을 때부터 <Deeper Well>을 들으며 그녀에 대해 알고자 하고 음악들과 친해지려고 했다. 서정적이며 차분한 분위기의 포크 곡 Too Good to Be True를 반복해 들을 때에도 미처 알지 못했던 것은 <Deeper Well>이 컨트리 팝 싱어송라이터 케이시 머스그레이브스의 여섯 번째 앨범이라는 사실이었다.
뜻밖에도 그래미에서 ‘올해의 앨범’ 상을 수상하게 된 <Golden Hour>가 러스턴 켈리(Ruston Kelly)와 사랑에 빠졌던 행복한 시절 그려낸 이야기들이라면, <Star-Crossed>는 그와의 결별 이후 시작된 앨범으로, 상실의 아픔을 통과해야 하는 한 인간이자 뮤지션으로서의 성취를 보여주는 데 주력했던 작업으로 비춰진다. 그리고 2024년 도착한 <Deeper Well>은 끊임없이 창의적인 방식으로 답 없는 질문들을 돌파해 가야 하는 아티스트로서 한 단계의 특별한 도약을 보여준다. 그녀는 보다 열린 사고로 자신의 존재를 파악하거나 읽어내기 시작했다. 자신을 둘러싼 주변의 자연에 더욱 민감하게 귀를 기울이면서. 점성학, 자연, 죽음, 신 등 대체로 명확히 파악되지 않는 미지의 테마들 쪽으로 시선을 돌리거나 그런 것들을 노래 속 이야기의 밑바탕에 두고 있다.
앨범의 첫 곡 Cardinal은 그러한 초월적 견해가 전개되는 시작점이자 전환의 동기를 한 에피소드를 통해 보여준다. 이 곡은 코로나 바이러스 창궐 시기 고인이 된 컨트리 가수 존 프린(John Prine)과 관련한 경험에서 빚어진 이야기를 담고 있다. 카디널(홍관조)은 사랑했던 이가 죽으면 이승에 남은 사람들에게 곧잘 나타나는 상징적인 새라고 알려져 있다. 천국에서 죽은 이들이 보내오는 영적 메신저로 여겨지는 토템의 일종인 것이다. 존 프린이 고인이 된 후 그녀의 집 앞이나 창가에 새가 나타나고 일상에선 신비로운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그녀는 이것을 카디널을 통해 보내오는 죽은 가수의 메시지라고 여기게 되었다. ‘카디널 / 저세상에서 내게 메시지를 가져온 걸까? / 카디널 / 그곳에서 누군가 내가 마음에 걸린다고 말하고 있는 걸까?(Cardinal / Are you bringing me a message from the other side? / Cardinal / Are you telling me I’m on somebody’s mind?)’, 그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노래 속에서 화자는 이러한 질문을 품는다.
다음 곡 Deeper Well은 ‘나의 토성이 돌아왔어(My Saturn has returned)’라 말하며 시작된다. 자신의 ‘나이 듦'을 자각한 뮤지션은 삶에 대해 더욱 관조적인 태도를 취하게 된다. ‘더 깊은 우물'은 혼돈과 소란의 세상이나 ‘내 시간을 낭비하는 데 아주 능숙한 사람들’에 작별을 고할 수 있는 결단의 원천으로 작용한다.
Dinner with Friends에서는 ‘내가 죽어서도 그리워할 모습들(The things I would miss from the other side)’이라 표현하며, 눈앞에 있는 대상의 생생함과 소중함을 각인하고자 한다. Heart of the Woods에서는 ‘보이지 않는 땅 아래엔 나무뿌리들을 통해 소통하는 동네’가 있다(Under the ground, there's a neighborhood that can't be seen / Communicating through the roots of the trees)고 말한다. 그리고 화자의 시선은 다시 땅 위로 올라와 ‘백만 가지 언어(A million different languages, songs we sing)’를 가졌지만, ‘우리의 본성은 서로를 지켜주는 것(It's in our nature / To look out for each other)’이라며 부드러운 위로와 화합을 이끌어낸다. The Architect에서는 그녀만의 방식으로 신을 사유하기에 이른다.
두 편의 뮤직비디오는 이 앨범을 구성하는 원동력이 된 초월적 생각들을 시각적으로 구현한 확실한 예시가 된다. Deeper Well의 뮤직비디오를 유심히 들여다보자. 그곳은 바다 가까이에 위치한 푸른 협곡이고 하늘엔 운석들이 떠 있고 그녀의 주변엔 일종의 내비게이터 같은 둥근 빛이 떠다닌다. 다소 초현실적이거나 우주적인 발상일까? 그런데 그녀는 마을로 내려가 말과 염소를 돌보기도 하고 농장 일이나 빨래 널기 등 가사 일을 하기도 한다. 이 지구상에 있는 장소인 듯 아닌 듯한 이 장소는 그러한 초월적 상상력에 기초해 구축되어 있다.
Too Good to Be True의 뮤직비디오도 비슷한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두 뮤직비디오의 장소는 명백히 그 성질이 다르다. Deeper Well은 시간적 개념이 희박한 외딴 목가적 장소이고 Too Good to Be True는 현대적 장소라 할 수 있는 세트장이다. Too Good to Be True에서 그녀는 조명이 꺼진 빈 방에서 릴 테이프를 앞에 두고 노래하는 가수였다가 뒤편에 놓인 모니터 속에 등장하는 영화 ‘Too Good to Be True’ 속 배우가 된다. 그리고 또 이 배우의 방에 놓인 모니터 속에 등장하는 영화 속 배우가 된다. 그리고 그녀는 다시 노래를 마친 가수가 되어 세트 밖으로 사라진다. 검은 옷을 입었고 다른 스태프들이 그녀를 못 본 척 지나친다는 점에서 그녀는 유령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애초에 그녀가 노래 부르는 곳은 조명 꺼진 방이 아니겠는가?) 이렇게 태연하게 죽음과 공간, 존재의 상식적 개념을 넘나든다. Deeper Well 뮤직비디오나 커버 이미지 등에서 과거 히피 문화의 컨셉도 읽을 수 있었지만, 그것은 크게 영향력 있게 다가오지 않는다.
컨트리 음악에 뿌리를 두며 줄곧 소박한 태도를 거두지 않기 때문일까. 뮤지션의 어법은 한 치의 동요도 없이 매우 침착하고 평온하며 얌전하다. 각각의 장면들과 사건들에 충돌 없이 연결되며 우리는 어느새 그 안에서 색다른 통찰을 얻고 있을지 모른다.
-참조
https://www.npr.org/2024/03/15/1198910372/kacey-musgraves-album-deeper-well
https://www.caringcardinals.com/spiritual-symbolism
https://www.today.com/popculture/music/kacey-musgraves-deeper-well-meaning-rcna142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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