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wboy Bebop Soundtrack / Kanno Yoko and Seatbelts

<카우보이 비밥>은 1998년 일본에서 처음 방영된 애니메이션 시리즈이다. 사운드트랙은 본 작품 못지않은 독보적 위상으로 영화 음악 에센셜 가운데 하나로 오래 머물러 있었던 것 같다. 한국에서도 일본과 비슷한 시기에 투니버스를 통해 시리즈가 방영되었다. 그때 나는 본방으로 이 작품을 감상하진 못했지만, 라디오나 매거진 등의 매체에서 사운드트랙이나 작곡자인 칸노 요코의 이름이 자주 회자되었던 기억은 선명히 남아 있다. 그저 재즈나 영화 음악에 대한 얄팍한 관심만 있던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자주 노출되었을 정도로 이 사운드트랙은 본 작품의 마니아적 인기만큼이나 음악팬들로부터 지속적인 호응을 얻어 왔다. 이제 넷플릭스를 통해 오리지널 시리즈와 새로이 제작된 실사 시리즈를 손쉽게 감상할 수 있다는 사실은 <카우보이 비밥>을 과거의 명성 아래에 묵혀두지 않고 현시대와 함께 호흡할 수 있도록 이끌고 있다.

이야기는 2071년의 미래로 시간을 옮겨 태양계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우주선 ‘비밥호’를 타고 이동하는 중심인물 스파이크와 제트는 ‘카우보이'라 불리는 현상금 사냥꾼들이다. 주인공들이 현상금을 목표로 자신들의 임무를 수행하는 과정과 내면에선 깊은 고뇌를 안고 살아가는 모습, 비밥호 안에서 단순한 여가를 보내는 모습 등을 배치한 이 작품의 초점은 혼돈과 평온 사이에서 고도의 균형감을 지어내는 것 같다. 만화다운 코믹함은 물론, 시니컬한 농담과 토라짐, 발끈하는 성미 등 인간성의 특질과 함께 욕망과 잔혹함 또한 고스란히 담아낼 만큼 인물 묘사의 폭이 넓고 디테일하다. 겉으로는 침착한 모습을 보이지만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스파이크의 내면을 보면 어김없이 인간이란 존재의 나약함과 불완전함을 느끼게 된다. 스파이크의 사랑은 줄리아를 잃음으로써 마침내 비극의 서사를 완성하게 되고, 그는 악의 상징 비셔스를 처단하는 영웅이 되지만 동시에 자신도 최후를 맞이하게 된다. <카우보이 비밥> 시리즈는 흥미로운 스토리와 폭넓은 인물 묘사를 통해 우리에게 인생에 대한 아이러니를 읽도록 만들며 진중한 질문들을 던지는 사색적 성향이 강한 애니메이션이라 할 수 있다.

각 에피소드의 타이틀에서 음악 관련 용어들을 심심찮게 마주할 수 있다. 이 작품이 구상과 각본 단계부터 음악과 밀접한 연관성을 지니며 그것들과 나란히 전개되어 온 증거로 여길 수 있을 것이다. 한두 가지 예를 들면 록밴드 롤링 스톤즈(The Rolling Stones)의 노래 제목들을 타이틀에서 발견할 수 있고, 스파이크와 독특한 온도로 콤비를 이루는 제트 블랙의 이름도 영국 록 그룹 더 스팽글러스(The Stranglers)의 드러머에게서 따온 것이다. 시리즈 속에서 하모니카나 색소폰 연주자가 블루스 클럽에서 연주하는 장면들도 어렵지 않게 만나볼 수 있다. 가만 보면 작품의 타이틀마저 ‘카우보이'와 ‘비밥'을 충돌시켜 놓았으니 음악가가 주인공이 아닐 뿐 사실상 음악은 이야기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원천임을 이해하게 된다. 무대는 태양계이며 미래의 시간을 다루고 있지만, 1940년대의 음악 유산인 ‘비밥'과 그보다 더 앞선 시대인 ‘서부개척시대(1865-1900)'를 중심으로 존재했던 ‘카우보이'의 개념을 가공의 상상력에 접목한 발상은 지금 생각해도 매우 참신하다. 이토록 갭이 큰 과거와 미래를 마치 비밥 재즈의 향연처럼 자유롭게 연결한 유연한 감각과 더불어 과거 SF 영화들을 오마주하는 작법까지 두루 선보인 <카우보이 비밥>은 SF 애니메이션을 예술적 미디어 작품의 경지로 끌어올린 눈부신 업적이었다.

사운드트랙 스코어를 담당한 칸노 요코(Kanno Yoko)는 일본인 여성 뮤지션이다. 그녀는 클래식 음악을 많이 들으며 자랐고 대학에 와서 밴드를 접하면서 클래식 외의 대중음악에 눈뜨게 되었다고 한다. 대학에서 문학을 전공했지만 음악 활동과 편곡 작업 등에 더 몰두했고, 그것은 졸업 후 음악 커리어를 쌓는 기틀이 되었다. 메이저와의 첫 작업으로 <삼국지(Romance of the Three Kingdoms)>와 <노부나가의 야망(Nobunaga's Ambition)> 비디오 게임 사운드트랙 작업을 맡았다. 게임 음악이라고 하면 가볍고 트렌디할 거라는 선입견이 들지만, 찾아 들어 보니 클래식 음악에 버금가는 고전적인 필치가 아주 인상적인 음악을 선보이고 있었다.

칸노 요코는 <카우보이 비밥> 사운드트랙을 위해 Seatbelts라는 재즈 밴드를 결성해 함께 연주했다. 작곡가로서 그녀는 시대적으로 서로 분리되어 있는 블루스, 스윙, 비밥과 하드밥 등을 부드럽게 이어 재즈 스코어 앨범으로서의 완결성을 높였다. 오프닝 트랙 Tank!는 카우보이 비밥을 상징하는 노래 그 자체라 할 수 있는 임팩트 있는 서막이다. 더블 베이스와 봉고 드럼의 이색적 하모니로 시작하는 이 곡은 활력 넘치는 에너지로 단번에 리스너를 사로잡는다.

사운드트랙에는 Tank!나 Rush처럼 빅밴드 재즈 사운드를 담은 음악이 있는가 하면 하모니카 독주를 들려주는 Spokey Dokey 같은 심플한 악기 편성의 곡들도 동시에 수록되어 있다. 스릴 넘치는 비행기 추격 신이나 액션 신 등에 어울리는 곡들이 있다면 슬픈 장면, 여운이 남는 장면 등에 적합한 곡들도 있게 마련이니 말이다–그것이 <카우보이 비밥>에 그려진 인생사가 아니겠는가. 기타 연주와 베이스가 정겹고도 서글픈 페이소스를 자아내는 Waltz for Zizi, Felt Tip Pen과 Digging My Potato를 통해서는 서부극이 연상되는 블루스 사운드에 유유자적하듯 취해볼 수 있다.

오르골 멜로디로 채워진 짧은 곡 Memory는 첫 에피소드 ‘소행성 블루스'의 오프닝 신과 마지막 에피소드 ‘더 리얼 포크 블루스' 에서 비가 쏟아지는 묘지에서 줄리아와 스파이크가 만날 때 흘러나오며 두 사람의 엇갈린 사랑을 암시하는 테마 선율로 쓰였다. 티 없이 맑은 오르골 음색으로 슬프고 비극적인 분위기를 머금고 있던 기억할 만한 모티프였다.

더블 바이닐의 C 면까지는 1998년 출시된 사운드트랙과 동일한데, D 면에는 새로운 트랙들을 포함시켰다. 극장판 <천국의 문>과 플레이스테이션(PS2) 게임 시리즈 사운드트랙에서 발췌된 것들과 함께 채워져 조금 더 확장된 버전처럼 꾸몄고, 스티브 콩트(Steve Conte)가 부른 록 발라드 Rain에 이은 보컬 트랙을 많이 포함시키며 풍성함을 더했다. 펑키한 그루브로 추진해 가는 What Planet Is This?!를 시작으로 일라리아 그라치아노(Ilaria Graziano)가 활약하는 보컬 재즈 트랙 Diamonds와 Pearls, 중후함과 여유로운 재치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아프로비트의 매력적인 재즈 튠 Mushroom hunting까지. 새롭게 추가된 곡들이 자아내는 분위기는 오리지널 사운드트랙의 정통성에서 어느 정도 탈피해 유난히 생동감 있는 컬러로 채색되어 있다.

칸노 요코의 <카우보이 비밥> 사운드트랙은 장난스럽지만 진지하고 길들여지지 않은 듯하면서도 품격 높은 재즈 사운드로 오래도록 음악팬들에게 사랑받아 온 것이 아닐까. 본 작품이 결국 심오함으로 무게와 울림을 준다면, 사운드트랙은 발랄하고 활기차며 위트 넘치는 자신만의 이야기를 엮어낸다. 겉은 침착해 보여도 속으론 고뇌를 품고 살아가는 스파이크처럼 때로는 나쁜 꿈을, 때로는 걱정 없이 꿈꾸듯 살아가는 세상의 많은 스페이스 카우보이들 앞에 도착한 비밥의 메시지일 것이다.

-참조

https://cowboybebop.fandom.com/wiki/Wik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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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wboy Bebop> is an anime series that was first aired in Japan in 1998. The soundtrack has long been one of the essential records and my copy is 2020 Ein edition which imitates the intelligent dog's fur color. Anyway, the fact that you can easily approach the original series and the newly produced live-action series on Netflix is leading the legendary anime to breathe with the present, rather than being locked under the past's fame.

The Japanese female composer Kanno Yoko formed a jazz band called Seatbelts and played together for the soundtrack. As a composer, she enhanced the completion of this jazz score album through smoothly connecting the era-separated blues, swing, bebop and hard bop sounds. Tank! is an impactful introduction. Starting with the vibrant harmony of double bass and bongo drums, this opening song instantly attracts the listener's attention with its dynamic energy.

The soundtrack includes not only the big band jazz style like Tank! or Rush but also simple instrumental pieces like Spokey Dokey featuring a harmonica solo. You can meet Waltz for Zizi, which makes a warm and sad pathos with guitar and bass, and get impulsively lost in the blues sound reminiscent of Western movies through Felt Tip Pen, and Digging My Potato. The concise piece Memory filled with orgel melodies was used to imply the lovers’ tragic situation. The clear but plaintive melodies were the memorable motif.

Side D is filled with newly adopted tracks for this pressing, departing somewhat from the original soundtrack's authenticity and adding a welcome lively mood. It is also enriched by containing some vocal tracks following Steve Conte's Rain featured on C side. After the funky groove What Planet Is This?!, you can hear the vocal jazz tracks Diamonds, Pearls and the charming Afrobeat jazz tune Mushroom Hunting, which has you feel both profundity and practicing-like wit.

Kanno Yoko's <Cowboy Bebop> soundtrack has been loved by music fans for a long time since its joyous yet serious, seemingly untamed but well-refined jazz-driven mood. If the anime series ultimately gives weight and resonance with philosophical thinking, the soundtrack seems to be just faithful to weave its own story that is lively, energetic, enigmatic, and witty. This is a message from Bebop that has arrived in front of many space cowboys in the world who, like Spike, who appears calm on the outside but lives with agony on the inside, sometimes have bad dreams and sometimes live as if dreaming without wor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