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Hear You / Peggy Gou


페기 구는 이미 잘 알려진 이름인 것 같다. 디제이 문화가 태동하여 굳건히 자리 잡은 서양에서는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페기 구는 하나의 아이콘으로 부상했다. 인천에서 태어나 자란 페기 구는 십 대 시절 런던으로 유학을 가 그곳에서 패션을 전공했다고 한다. 패션뿐 아니라 음악과 문화의 중심지라는 이점을 얻어 그녀는 자연스럽게 클럽 문화를 접하고 음악에 눈을 뜨면서 디제잉을 배워 나가게 되었다. 베를린으로 거처를 옮겨 낮에는 레코드점에서 일하고 밤에는 음악 작업을 하거나 디제이로 무대에 오르며 보낸 20대 시절을 채색한 결과물이 마침내 첫 앨범 <I Hear You>를 통해 나타났다. 뮤지션이 오래 선망해오던 인디펜던트 레이블 XL레코딩스와 계약을 맺은 첫 작업이 되었다.

<I Hear You>에서 페기 구의 음악은 기본적으로 90년대 하우스의 심플하고 안정적인 사운드에 한국의 전통 음악이나 트로트 등이 언뜻 연상되는 흥겨운 가락을 은은하게 접목하고 있다. 그래서 한국인인 내가 들었을 때 곧바로 뮤지션이 한국 문화의 고유한 정서를 재현하고자 했거나 아니면 무의식중에 스며 나왔을 거라는 추측을 하게 되었다. 그러한 한국 정서에 더욱 힘을 보태는 것은 한국어 노랫말일 것이다. 한 시절을 풍미했던 노래방 마이크의 추억을 소환시키는 보컬을 통해서 말이다. 하지만 그러한 ‘한국성'이 특별히 강조되지는 않는다. 그리고 따지고 보면 위에 언급한 음악적 요소들을 대단히 획기적인 발상이라고 여길 수는 없다. 분명 이런 풍의 노래들이나 아이디어들을 음악뿐만 아니라 다양한 예술 작업들을 통해 마주할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런 변종의 성격을 가진 것들이 입장이 까다롭기로 유명한 베를린의 베르크하인(Berghain)에 드나들던 클러버들이나 시크한 유러피언 리스너들에게 본격적으로 선보일 기회는 드물지 않았을까. 말하자면 페기 구의 음악적 요소들은 한국인에게 친숙한 저속하다고 치부되거나 싸구려, 날것의 이미지들을 별다른 이데올로기없이 내포하는데, 이러한 특성은 유럽의 일렉트로닉 음악 향유 계층의 구미에 맞게 여과되어 이질감보다는 산뜻하고 이색적인 크리에이션으로 눈길을 끈 케이스로서 이해가 된다.


Your Art는 뮤지션이 제안하는 현실 위의 세계에 관한 적절한 인트로를 구성한다. 비트를 잠시 내려놓고 모호하고 추상적이지만 핵심을 느낄 수 있는 메시지를 앞세운 컨셉추얼한 트랙으로 커버의 포트레이트에서 기하학적 형태로 강조된 귀의 형상과 커버 안쪽에 실린 텍스트들과 연결되며 시각과 청각의 직관적 매치를 구현한다. 여기에서 뮤지션이 컨셉과 의도를 다소 설명하고 있다고 느끼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예술의 형식 속에서 이것이 과장되게 처리되면서 미적인 가치를 높일 수 있었다고 생각되기도 했다.

레니 크라비츠(Lenny Kravitz)의 솔풀한 노래와 일렉트로닉 비트를 접목한 I Believe in Love Again. 가재와 전화기를 병치해 해석이 무의미해지는 독특한 발상을 ‘똑같애’의 반복으로 풀어낸 Lobster Telephone은 뮤지션의 차일디쉬한 접근으로 무장하고 있는 트랙이 아닐까. ‘설명할 수 없는, 두고 떠나고 싶지 않은 느낌’에 대한 (It Goes Like) Nanana는 쉽고 흥겨운 곡이지만 어딘가 우울한 분위기가 감돈다.


이 앨범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곡은 I Go였다. ‘I Go’의 발음을 그대로 한국어로 옮기면 ‘아이고'인데, 그건 한국 사람들이 뭔가 힘든 상황에 직면했을 때 탄식처럼 내뱉는 소리이다. 동시에 ‘I Go’는‘(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간다'는 내용을 담고 있어 단순한 문장인데도 중의성을 띠며 언어의 의미를 확장해가는 지점을 읽을 수 있었다. 1절 가사인 ‘삶에 지친 내 모습 또 비쳐지네 / 사람들이 내게 행복하냐 물어보네 / 힘든 내 맘 들어줄 친구들 생각나네 / 다 말할 수도 없고 / 아이고 아이고’는 세계 어느 나라 사람 할 것 없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며 내게는 한국어라서 더 와닿았던 것 같다.


마지막 곡 1+1=11은 가사가 없다. 그래서 제목의 의미에 관해 더 오래 생각해 보게 됐던 것 같다. 가장 먼저 떠올랐던 건 1 더하기 1을 잘못 계산하는 오류에 관해서였는데, 계산한 본인에게는 그렇지 않을 수 있지만 다만 상식적인 선에서 다수가 ‘틀렸다'고 지적하는 그런 문제에 관한 것이었고, 두 번째는 마트에 가면 쉽게 볼 수 있는 1+1 기획에 관해서였다. 마트에 가면 하나를 사면 하나 더 주는 마케팅을 빈번히 접할 수 있다. 그 물건이 하나만 필요한 사람에게는 덤으로 얻는 그것이 여간 골칫거리가 아니지만, 아무튼 A 상품을 하나 사고 A 상품을 하나 더 받는다면 소비자가 갖게 되는 A 상품은 2개인 AA가 된다. 제삼자의 시선에서 보면 그저 우스꽝스러운 사회의 한 단면을 담아내려 했던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페기 구는 자유로운 마인드로 상식과 관습의 벽을 허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과 서양 할 것 없이 요즘 가장 혁신적인 음악을 통해 이런 생각을 해보았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I Hear You>에서 뮤지션은 어린아이 같은 발상을 기반으로 중의적 의미를 이끌어내는 언어적 트릭을 선보이면서 그녀가 세계 음악계에서 주목받는 이유를 야심 있게 증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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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can be said that Peggy Gou's music basically combines simple beats of '90s House with melodies that are reminiscent of traditional Korean music. However, the 'Korean-thing' in her music is not particularly emphasized. Well, I don't think as a Korean, her musical elements are particularly groundbreaking ideas. Because I feel that I have often encountered songs or ideas of the kind not only in music but also in various art forms while I’ve lived in Korea. But I think variants like this haven't had many opportunities to be fully introduced in this way to clubbers who frequent the likes of Berghain in Berlin, which is notorious for being picky to enter, or to those chic European listeners. Peggy Gou's musical elements reflect images that Koreans would easily think of as vulgar, cheap, and raw, without any particular ideology. According to my understanding, this style was viewed as a case where it was adjusted to suit the tastes of the European electronic-digesting class.

The opening track Your Art constitutes a proper introduction to the world above reality that the musician proposes. It is a conceptual one that puts down the beats for a moment and puts forward a vague and abstract but core message, and it embodies an intuitive match of visuals and sounds, connected with the shape of the ears geometrically outgrown in the portrait of the cover image and the text inside of the cover. I felt that the musician was explaining the concept and intention here, on the other hand, I thought that it was able to enhance the aesthetic value by exaggerating it in the form of art.

I Believe in Love Again features Lenny Kravitz's soulful vocals with a cozy electronic sound. Lobster Telephone, which juxtaposes the two unmatchable words, to create an iconic idea that makes interpretation meaningless, is expressed through the repetition of “똑같애." Isn't it a track that is covered with the musician's child-like approach? (It Goes Like) Nanana is so universal but somewhere gloomy.

My personal favorite song on this album is I Go. The direct pronunciation of 'I Go' is ‘아이고', which is a sigh sound that Koreans make when they are faced with a difficult situation. At the same time, 'I Go' contains the message '(nevertheless) I go', so I felt that it provides an interesting point to read. The simple sentence has ambiguity and expands the linguistic meaning.

The instrumental last track 1+1=11 made me think quite a lot. The first was about a wrong calculation, even if it’s not wrong for the person himself who calcurated, but in common sense they say it’s wrong. The second was a Korean selling tactic called '1+1'. So, this might have been an attempt to capture a ridiculous aspect of our society. If so, I think Peggy Gou is breaking down the walls of common sense and customs in this easily approaching w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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