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024의 게시물 표시

E. T. the Extra-Terrestrial Soundtrack / John Willia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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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티는 지구에 홀로 남겨진 외계인이고, 주인공 소년 엘리엇의 친구가 된다. 이티는 인간들과 비슷해 보이는 신체 조건을 가지고 있지만 인간처럼 옷을 입지도 않고 언어를 사용하지도 않으며 팔 길이나 머리모양도 독특하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특유의 농도 짙은 휴머니즘 속에서 이티는, ‘외계 생명체’ 이미지 중에서도 가장 친근하게 우리의 기억 속에 남아 있다. <이티>는 스필버그 감독의 제작되지 않은 영화 “Night Skies”의 중심 소재를 이어 받아 완성되었다. 그 당시 그는 <폴터가이스트>라는 공포 영화의 각본도 썼는데, 그 영화는 <텍사스 전기톱 학살>의 토브 후퍼(Tobe Hooper)가 연출을 맡았고, <이티>와 마찬가지로 1982년 개봉했다. 이에 대해 스필버그 감독은 “<폴터가이스트>는 나의 내면의 어두운 부분”이고,“<폴터가이스트>는 내가 두려워하는 것, <이티>는 내가 사랑하는 것”이라 구분 지어 이야기했다. 그는 각본가로 활동하던 멜리샤 마시슨(Melissa Mathison)에게 “Night Skies”의 줄거리를 들려주었고, 그녀는 그 스토리에 감동을 받았다고 한다. 이야기에 살을 보태면서 지구에 남겨진 외계인과 지구에서 외톨이처럼 살아가던 소년이 친구가 되는 <이티>의 각본을 완성하게 되었다. 지구의 언어를 알지 못하던 이티는 엘리엇의 집에 머물며 마침내 간단한 언어를 습득한다. 아주 간단히 몇 가지 단어만 말하지만 그 정도만 표현해 주어도 인간과의 소통이 가능해진다. 엘리엇은 헛간에 숨어 들어온 이티를 초코볼로 유인해 집 안으로 데려온다. 이티는 엘리엇의 행동을 보고 따라 하며 반응을 보인다. 이티의 모방은 언어적 소통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두 존재가 서로 소통하고 연결되어 있음을 확인하는 확실한 사인이었다. 잠깐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우리 아들은 외계인 이티와 닮은 점이 많다. 우리 아이는 3살이 되어도 말을 하지 않았...

Kill Bill Vol.1 Soundtrack / Various Artis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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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3년 개봉한,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네 번째 작품 <킬 빌>을 얼마 전 다시 보았다. 요즘은 넷플릭스에서 간편히 찾아볼 수 있으니, <킬 빌> 1편을 보고 다음 날엔 2편을 보았다. 주인공 ‘베아트릭스 키도’의 ‘빌’을 향한 ‘복수’의 여정을 따르는 플롯에 의해 제작진이 공을 들인 액션 신이 상당한 분량을 차지하던 1편과는 사뭇 다르게 2편에서는 스토리와 대화가 중심이 되어 흘러간다. 개인적으로는 강렬하고 대담하게 다듬어진 1편보다 제법 둔한 전개로 서사에 몰입도를 높이던 2편에 더 큰 매력을 느꼈다. 2편을 크게 나누어 뜯어보았을 때, 중국에서 키도가 괴팍한 성품을 가진 쿵푸 스승 파이 메이에게 혹독하게 수련 받는 과정과 마지막에 빌을 대면하는 챕터가 특별히 인상적이었다. 마침내 빌을 눈앞에서 대면할 때까지, 베아트릭스 키도의 여정은 무시무시하도록 험난했다. 참 잔인하게도, 이 조직의 구성원들은 잔인한 일을 곧잘 하기에, 그녀를 산 채로 관에 넣어 땅속에 묻어버리고 떠난다. 파이 메이에게 배운 나무 격파술을 되새기며 그녀는 결국 나무로 된 관을 맨손으로 뚫어버리고 만다. 1편의 ‘청엽정’ 결투에서 야쿠자들을 모조리 박살 내버릴 때와 같은 현란한 액션은 아니지만, 스스로 위기를 탈출하는 그녀의 모습은 약간의 감정이입과 함께 감동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킬 빌> 시리즈는 흥미진진한 스토리, 뼈 깊은 오마주 정신, 독창적으로 창안된 ‘키도의 영웅담’을 통해, 삶과 어떤 일에 대해 인간이 가지는 의지에 관해 그려냈다고 볼 수 있는 반은 제법 통속적이고, 반은 서정적이며 시네아스트적 열정의 불씨를 지닌 그런 인상 깊은 영화였다. 10년 정도의 텀–그 사이 감독은 <재키 브라운>을 연출했지만 이 논의에서는 생략–이 이유일 수도 있지만, 지난번 살펴 본 <펄프 픽션>과 비교했을 때 이 영화는 유독 성숙함이 돋보인다. 캐릭터 구성도 그렇지만 주제 자체가 온통 인간적인 특질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

Pulp Fiction Soundtrack / Various Artis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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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쿠엔틴 타란티노(Quentin Tarantino) 감독의 두 번째 작품 <펄프 픽션>은 1994년 발표된 문제작이었다. 범죄, 폭력, 잔혹함, 신성모독 등의 키워드들을 특유의 위트로 엮은 B급 데뷔작 <저수지의 개들>로 이미 영화계를 강타한 뒤였다. 보석상 절도를 위해 모인 갱단의 이야기를 그린 데뷔작과 달리, <펄프 픽션>은 지하세계 밖으로 나왔다. 여전히 주요 인물들은 범죄에 깊이 연루되어 있지만 말이다. <펄프 픽션>은 세 개의 서로 다른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지만, 인물들을 각각의 이야기에 서로 다른 무게로 등장시키며 별개의 이야기들을 하나로 연결하는 남다른 작풍을 선보였다. 데뷔 전 비디오 대여점에서 일하며 영화를 보고 독학으로 배운 감독의 이력이 말해주듯, 그의 영화들은 자기만의 아카데미를 수료한 듯 언뜻 무질서해 보이고 위풍당당하면서도 공손하게 과거의 유산들을 적절히 오마주해 시네필들의 갈증을 해소하기에도 좋았다. <펄프 픽션>에서 특별히 내가 주목했던 부분은 대화 신들이었는데, 비록 허풍이나 쓸데없는 잡담들로 채워져 있다고 해도 매번 실감 나고 밀도 있게 쓰여 있는 점에서였다. 이와 같은 대화 장면들은 영화의 분위기를 일관되게 끌고 가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하고 있었다. 위키에 실린 감독의 인터뷰 내용들 중에서, 그가 장 뤽 고다르(Jean-Luc Godard) 영화에서의 뮤지컬 장면을 좋아한다고 말하는 내용을 읽었다. 고다르의 작품들 속에 뮤지컬 장면이 뜬금없이 나오는데 그것들이 중독성 강하며 친근하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식으로 뮤지컬을 도입하며 영화를 중단시키던 거장의 방식이 뭔가 영화와 감독에 대해 더 큰 애정을 갖도록 만든다는 이야기를 한다. 미아와 빈센트의 트위스트 콘테스트 장면이 바로 이런 오마주 정신과 결합해 만들어졌다. 손끝 하나 건드려선 안되는 보스의 여인 미아와 빈센트의 데이트는 아슬아슬함을 자아내기에는 너무 느슨했지만 에로스나 비극을 대신해 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