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024의 게시물 표시

Home Alone Soundtrack / John Willia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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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홀리데이 시즌을 맞아 파리로 갈 짐을 꾸리는 맥칼리스터 가족의 집은 그야말로 북새통을 이룬다. 떠나기 전날, 어린아이부터 청소년, 중장년층과 노년층까지 폭넓은 계층의 가족 구성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 모두가 배불리 나눠 먹으려면 탑처럼 쌓아 올린 피자를 배달 받아야 한다. 형 버즈의 이죽거림에 결국 케빈은 가족들이 모두 모인 식탁에서 폭발하고 만다. 대가족의 북적거림 속에서 버즈 형의 비아냥과 멸시, ‘무능력자’, ‘문제아’ 같은 소리만 듣고 살아온 8살 케빈은 그날 ‘난 나중에 혼자 살 거야’ 하고 소리친다. 다음 날 아침, 가족들이 케빈을 잊고 공항으로 떠나고 비행기가 이륙한 뒤에, 잠에서 깬 케빈은 조용한 집을 둘러보며 깨닫는다. 어제까지만 해도 소란스럽던 집이 텅 비었고 가족들 모두가 떠났다는 사실을. 자신이 ‘가족들 모두를 사라지게 했다’는 자각은 처음엔 초조함으로 그를 장악하지만, 머지않아 희열로 바뀐다. 팝콘을 먹으며 매트리스 위에서 마음껏 점프를 해도 나무라는 사람이 없고, 개구쟁이처럼 온 집을 뛰어다녀도 부딪치는 사람이 없는, 형의 물건을 뒤져도 누가 뭐라고 하지 않는 선물 같은 ‘자유’가 마침내 케빈에게 찾아온 것이다. <나홀로 집에> 이야기는 바로 여기에서 시작된다. 커다란 집에 홀로 남게 된 어린 소년 케빈이 맞이하게 된 외로운 크리스마스. 그리고 케빈을 두고 파리까지 떠나왔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깨달은 엄마 케이트가 하루속히 집으로 돌아가는 비행기표를 구하기 위해 애쓰는 과정이 교차되어 그려진다. 빈집털이범들은 호시탐탐 케빈의 집을 노리며 위기를 고조시킨다. 케빈은 집에 혼자 남았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을 때 초조해했으나 결국 주어진 자유를 즐기게 된 것처럼, 처음에 도둑들의 등장에 겁을 먹고 침대 밑으로 숨지만 결국은 엄습한 두려움을 정복하며 도둑들을 골탕 먹일 전략을 세운다. 도둑들이 염탐하러 왔을 때 커다란 입간판과 마네킹들을 동원해 창문에 비친 실루엣을 통해 파티가 열리는 것처럼 위장한 것은 ...

Cry / Cigarettes After Se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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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디팝 그룹 시가렛츠 애프터 섹스는 아마도 이름 때문에 더 주목을 받거나 덜 주목을 받았을 것 같다. 이 그룹의 싱글 발표곡들이 인기를 얻을 때, 그리고 1집이 나왔을 때에도 나는 크게 관심을 기울이진 않았지만, 우연히 이들의 노래를 접하게 될 때마다 나도 모르는 사이 짙은 서정적 분위기에 스며들곤 했다. 그룹의 노래들은 잠들기 전에 틀어 놓아도 좋을 만한 베드룸팝 무드로 가득 차 있다. 일부러 이런 음악들을 찾을 때, 일부러 이런 분위기 속에 빠져들고 싶을 때, 나만의 다락 공간에서 칩거를 원할 때, 시가렛츠 애프터 섹스의 음악을 더해 본다면, 비록 로맨틱한 감정에 메마른 사람이라 할지라도 특유의 고혹적인 발라드에 서서히 전염되고야 말 것이다. 보컬 그렉 곤잘레스(Greg Gonzalez)의 시크하면서도 관능미 서린 목소리는 그룹의 테마를 직접적으로 견인하는 요소다. 한번 빠져들면 다시 찾게 될 가능성이 큰, 높은 중독성을 가진 음악세계가 당신의 공간에 연기처럼 가늘고 넓게 퍼질 것이다. 시가렛츠 애프터 섹스는 2008년 보컬 그렉 곤잘레스의 홈스튜디오에서부터 출발했다. 차차 그룹으로 형체를 갖추어 가 라이브 셋 라인업에 이르게 된다. 이 출발 배경을 읽어 보면 그룹이 애초에 거창한 포부를 가졌던 것은 아니라고 느끼게 된다. 우연찮게, 장난스럽게 건물 복도에서 녹음이 이루어지기도 했다는 이야기는 그러한 추측에 더 무게를 싣는다. 2012년 나온 데뷔 Ep의 Nothing’s Gonna Hurt You Baby가 서서히 차트를 점령하면서 소탈하게 출발한 그룹은 대중적 인지도를 얻기 시작했다. 연인의 로맨틱한 밤을 그리며 ‘아무것도 널 다치게 하지 못할 거야, 베이비’, 의 다정한 위로와 ‘아무것도 널 내 곁에서 데려갈 수 없어’의, 단지 관계를 두텁게 하는 소유욕을 드러내며 청춘의 하모니를 완성했다. 2017년 발표된 셀프 타이틀 1집에 싱글 히트곡인 K, Apocalypse, Sweet 등이 수록되었다. Apocalypse에서 ...

In Waves / Jamie x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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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서울에서 있었던 Jamie xx의 라이브를 보았다. <In Colour> 때부터 뮤지션의 음악을 즐겨 들었지만 올해 그의 공연을 직접 보게 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목요일 저녁이면 어김없이 아이를 재우려고 아이와 함께 방에 누워 책을 읽어 주거나 동요를 불러줄 바로 그 시간. 그날 나를 대신해 아이와 함께 있어준 남편 덕분에 신나게 공연을 관람하고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9년 만에 나온 신작 <In Waves>는 뮤지션의 솔로 데뷔 앨범 <In Colour>로부터 성큼 도약한 흔적을 자신만만한 태도로 담아냈다. 소극적이고 고립된 성향은 일렁이는 파도 위로 꺼내어진 채 이제 어디로든 휘청일 수 있는 것 같다. 이리저리 휘청이며 방황하고 고뇌하는 것이 아니라 휘청거림 자체를 긍정하고 스스로 통제하는 균형이 느껴진다. 더불어 뮤지션 자신의 주체성이 그 어느 때보다 돋보이는 것 같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 변화에서 시간, 경험, 성숙함 그런 단어들을 떠올릴 수 있었다. <In Waves>는 The xx부터 일관되게 제시되어 온 지극히 단순한 시그니처 디자인 외에 특별히 내세워진 컨셉이랄 게 없는 앨범이며 뮤지션의 인터뷰 내용들을 종합해 보면 자전적인 성향이 짙은 앨범으로 이해할 수 있다. 전작과 비교하면 확연히 넓어진 세계를 그린다. 그런 변화가 담긴 이 앨범에 더 많고 다양한 사람들이 매혹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오프닝 트랙 Wanna에 샘플링으로 사용된 곡들은 Double 99의 Ripgroove와 Tina Moore의 Never Gonna Let You Go, Andy Quin의 Awakening이다. UK 가라지 듀오 Double 99의 Ripgroove라는 앨범의 제작 배경에는 다소 우연적인 상황과 샘플러 사용에 관한 미숙함이 자리해 있다. 런던의 한 공연장 N7의 부엌에서 곡이 만들어졌다는 이야기부터 이 앨범의 남다른 탄생을 잘 설명해준다. 어떤 과정을 거쳤건 간에 이 곡은 97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