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Alone Soundtrack / John Williams

<나홀로 집에> 이야기는 바로 여기에서 시작된다. 커다란 집에 홀로 남게 된 어린 소년 케빈이 맞이하게 된 외로운 크리스마스. 그리고 케빈을 두고 파리까지 떠나왔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깨달은 엄마 케이트가 하루속히 집으로 돌아가는 비행기표를 구하기 위해 애쓰는 과정이 교차되어 그려진다. 빈집털이범들은 호시탐탐 케빈의 집을 노리며 위기를 고조시킨다. 케빈은 집에 혼자 남았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을 때 초조해했으나 결국 주어진 자유를 즐기게 된 것처럼, 처음에 도둑들의 등장에 겁을 먹고 침대 밑으로 숨지만 결국은 엄습한 두려움을 정복하며 도둑들을 골탕 먹일 전략을 세운다. 도둑들이 염탐하러 왔을 때 커다란 입간판과 마네킹들을 동원해 창문에 비친 실루엣을 통해 파티가 열리는 것처럼 위장한 것은 어린 시절의 내게 무척 인상 깊게 남은 장면이었다. 피자배달부를 겁주려고 비디오 <타락한 영혼의 천사들(Angels With filthy souls)>의 한 장면인 마피아의 거친 대화 장면을 튼 것도 마찬가지로 기발하게 느껴지던 포인트였다. 다음 날 창에 비친 그림자들이 거짓이며 집에는 꼬마 혼자 남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도둑들은 마침내 맥칼리스터 주택에 침입하기를 시도한다. 도둑들은 케빈이 미리 설치해둔 장치들의 습격을 받아 불에 데고 못에 찔리고 미끄러지고 온몸에 깃털을 뒤집어쓰고 날아오는 페인트통에 맞아 튕겨 나가는 등 갖가지 수난을 겪는다. 내가 케빈처럼 어렸을 때, 마치 만화의 장면처럼 우스꽝스럽고 호되게 당하는 악당들을 보면서 고소해 했고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악당 콤비의 연기는 웃음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그때는 단순히 악당들이 당하는 것이 너무 고소해서 이 영화를 즐겼는지도 모르지만, 아무튼 어린 시절 이 영화를 보면서 ‘영화 보는 재미’를 몸소 느낀 것만은 분명하다.
영화의 스코어는 존 윌리엄스가 담당했다. 영화가 나온 것은 1990년이고, 이 바이닐 레코드는 올해 새롭게 출시된 2024년 기념 에디션이다. 엘피는 레드와 골드 컬러로 활력적 분위기를 자아내고, 이너 슬리브에 리본 이미지를 그려 넣어 크리스마스 선물 같은 느낌을 연출했다.
Main Title은 재미있다. 여기에 하나의 트릭이 있다. Somewhere in my Memory의 첫 번째 악구를 도입에 배치해 같은 곡인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지만 두 번째 악구부터 불현듯 박자도 바뀌고 악기 구성이 확 달라지면서 이야기가 완전히 옆길로 샌 듯한 느낌을 창출했다. 셀레스타, 트라이앵글, 피콜로, 첼로 등의 악기를 이용했고, 차이콥스키의 발레 작품 <호두까기 인형 (The Nutcracker)> 중 3악장 ‘사탕 요정의 춤(Dance of the Sugar Plum Fairy)’을 연상시키는 분위기다. 케빈이 도둑들을 골탕 먹이기 위해 직접 제작한 ‘Battle Plan’을 암시하는 듯 비밀스럽고 장난스러운 뉘앙스로 가득한 이 테마는 영화의 오프닝 크레딧에 흘러나와 첫 장면을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케빈의 테마 음악처럼 사용된 그의 특별한 순간들을 상징하는 라이트모티프 선율 중 하나이며, Somewhere in my Memory와 ‘젖은 도둑들’이라고 자칭하는 도둑 콤비의 ‘Wet Bandits’도 주요 라이트모티프로 영화에서 여러 번 변주되면서 사용되고 있다.
<나홀로 집에> 1편과 2편의 사운드트랙으로 영화에 쓰인 캐럴 곡들만 모은 앨범이 따로 있지만, 존 윌리엄스의 스코어를 담은 이 앨범에도 몇 가지 캐럴 곡이 실려 있다. 여기에 실린 것들은 업비트의 경쾌한 것들이 아니라 캐럴치고는 다소 차분한 분위기의 곡들이다. White Christmas와 Please Come Home for Christmas, 그리고 크리스마스 클래식 Have Yourself a Merry Little Christmas 등의 곡들을 존 윌러엄스의 스코어와 함께 매치시켰다. 첫 번째 Lp의 B면에 캐럴 두 곡이 포함되어 있다. 20세기 미국 음악사에 큰 기여를 한 작곡가 어빙 벌린(Irving Berlin)이 처음 쓴 White Christmas는 솔 그룹 드리프터스(The Drifters) 버전으로 실렸다. 이 트랙은 두왑 분위기로 느긋함이 일품이다. Please Come Home for Christmas는 블루스 가수 찰스 브라운(Charles Brown)이 1960년 처음 발표했다. 사랑하는 이가 곁에 없는 울적한 크리스마스를 그린 이 노래는 크리스마스는 사랑하는 이와 함께 하는 시간이라며, 연인이 더 이상 방황하지 않고 크리스마스와 새해에 꼭 집으로 돌아오기를 바라는 심정을 담았다. 조니 리온(Johnny Lyon)의 버전은 원곡의 멜랑콜리한 리듬을 그대로 유지하되 보컬을 한층 더 탄성 있고 비옥하게 연출했다. Have Yourself a Merry Little Christmas는 1943년 주디 갈란드(Judy Garland)가 처음 부른 너무도 유명한 캐럴 곡이다. 멜 토메(Mel Tormé)는 영화를 위해 직접 존 윌리엄스와 함께 이 곡을 녹음했다. 당신만의 ‘즐거운 작은 크리스마스’를 기원하는 크리스마스 인사 같은 노랫말. 멜 토메의 노래는 깊은 바이브레이션의 클래시컬한 정취로 가득 차 있으며 풍부한 성량으로 관현악의 향연과도 매끄럽게 조화를 이룬다.
개인적으로는 얼마 전 리뷰했던 영화 <E.T.>의 Flying theme이 인상 깊게 남아 있고, <나홀로 집에>에서도 케빈이 ‘나는’ 순간이 나와서 더 눈여겨보게 되었던 것 같다. 영화에서 케빈은 두 번 나는데, 첫 번째는 집의 계단에서 현관 밖까지 썰매를 타고 내려갈 때, 두 번째는 도둑들을 피해 3층 방에서 오두막까지 줄에 매달려 건너갈 때였다. 두 장면 모두 음악이 빠지지 않았다. 집에서 썰매를 타는 걸 엄마가 보았다면 분명 혼이 났을 테지만, 아무도 없는 집에서 케빈은 독창성을 마음껏 뽐내며 스릴을 즐긴다. 썰매가 아래로 내려가는 건 아주 짧은 순간이지만 슬로 모션 처리된 쇼트와 결합시켜 다소 비현실적으로 보여주고 팡파르처럼 울리는 과감한 브라스 연주를 더하며 짜릿함을 강조했다. 위의 장면들은 <E.T.>의 초자연적 능력과는 다른, 한 아이의 소동에 불과하지만 음악과 함께 마법 같은 동심에 빠져들도록 인도하는 힘이 느껴졌다. 이런 장면들과 음악은 어른인 내게도 감동을 주지만, 아이들에게는 얼마나 큰 자극이 될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영화에 그려진 이와 같은 초자연적 능력이랄까, 판타지, 마법 같은 순간들에 대해 감정을 확대시켜 파노라마로 들여다볼 수 있도록 하는 작곡가의 의도를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영화감독이자 시나리오 작가 존 휴스(John Hughes)의 소박한 질문에서 출발한 <나홀로 집에>는 ‘가장 중요한 무언가를 잊고 멀리 휴가를 떠나버린다면?’이라는 불안 섞인 가정을 토대로 시작된 영화다. 일 년 중 가장 사랑과 온기를 갈망하는 날이 바로 크리스마스일 테지만, 마법은 쉽게 일어나지 않고 현실은 쓰디쓰기만 할 수 있다. 그런 때는 언젠가 그날까지 잘 헤쳐나가기를 응원하는, 당신만의 소박하고 즐거운 크리스마스를 기원하는 Have Yourself a Merry Little Christmas가 위로가 될 것이다. 또한 순수하고 신성한 기운이 가득한 Somewhere in my Memory가 가족이라는 따스한 울타리를 문득 상기시켜 줄 것이다.
-참조
https://houstonsymphony.org/john-williams-home-alone/
https://www.youtube.com/watch?v=zyqkOYlObj8
https://www.jwfan.com/forums/index.php?/topic/23989-home-alone-mel-torme-john-williams-have-yourself-a-merry-little-christm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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