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025의 게시물 표시

In Rainbows / Radioh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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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디오헤드의 앨범 중에선 마스터피스라 할 만한 대표작들이 많다. <Ok Computer>, <Kid A>, <Hail to the Thief> 그리고 이 앨범 <In Rainbows>, 그 이후에 나온 가장 최근 앨범 <A Moon Shaped Pool>까지 포함시켜야 할 것이다. 물론, ‘마스터피스’ 목록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해서 나머지 앨범들의 수준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Kid A>의 더블 앨범 같던 <Amnesiac>, <In Rainbows> 이후 예상을 깬 <The King of Llimbs>가 위의 대표작들에 비하면 다소 희미하게 다가오는 것은 사실이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더 매력적이거나 이색적으로 느끼게 되는 측면이 있다. 위에 언급한 라디오헤드의 마스터피스 앨범들 가운데에서 주제적인 면에서 <In Rainbows>는 가장 덜 심각하고 제법 온화하며 덜 구속적인 앨범이라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In Rainbows>가 처음 나온 것은 2007년. 그때 라디오헤드는 혁신가다운 태도로 음악을 배포하는 기존의 방식에 반기를 들었다. CD를 발매하지 않고, 음악을 디지털로 다운로드하도록 했고, 판매 가격은 정해진 것 없이 구매자가 원하는 만큼 내도록 하는 꽤 반체제적인 전략을 세워 모험을 감행했던 것이다. 2025년인 지금 그 당시의 ‘판매’ 해프닝은 음악을 감상하는 데 특별한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겠지만 다만 상기할 필요는 있어 보인다. 다르게 말하면 ‘덜 얽매인’ 앨범이라고 할까? 전작 <Hail to the Thief>를 마지막으로 라디오헤드는 메이저 레이블인 EMI와 이별을 고하고 <In Rainbows>부터 인디펜던트 레이블 XL Recordings를 통해 앨범을 발표했다. 7집 앨범을 발표하는 시점에, 이미 정점을 몇 번 찍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록 그룹으로서는 과감하고 도발적인 결단...

We Will Always Love You / The Avalanch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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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Avalanches의 음악은 2025년이 시작할 무렵 가장 많이 들은 것 같다. 호주의 일렉트로닉 밴드라는 점도 새로웠지만 플런더포닉스의 짙은 장르적 색채도 그룹의 음악에 호기심을 갖도록 부추기는 요소였다. 그 무렵 <Since I Left You>보다 더 많이 들었던 것은 바로 3집 <We Will Always Love You>였다. 이 앨범이 가진 적당한 활력과 밝은 분위기가 필요했다. 잠들기 전에 누워 그룹의 글래스톤베리 라이브 영상을 루틴처럼 하루에 한 번씩 찾아 보기도 했다. 거기에서 무언가 회복성을 발견할 수 있는 것만 같았다. <코스모스>의 저자 칼 세이건(Carl Sagan)과 앤 드루얀(Ann Druyan)의 러브스토리가 이 앨범의 모티프가 되었다. 앤 드루얀은 칼 세이건의 아내이자 음악을 포함한 여러 지구의 이미지들과 소리들, 각국의 인사말 등을 담아 우주로 보낸 보이저 골든 레코즈(Voyager Golden Records) 프로젝트를 담당했던 인물로, 커버 이미지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이는 분광기를 거쳐 소리화하고 다시 그 소리를 이미지로 처리한 작업이라고 한다. 유난히 푸른빛이 감도는 사진은 푸른 별 지구에 대한 은유 같기도 하지만, 푸른 새벽 출현한 유령의 모습을 포착한 것처럼 이해될 수도 있어 오싹함을 자아낼지도 모른다. 로비 채터(Robbie Chater)는 이 앨범의 컨셉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오래전 녹음된 레코드를 듣는 행위가 이미 세상을 떠난 뮤지션을 소환하는 일이 될 수 있고, 첫 번째 주인을 잃으면 이곳저곳을 떠도는 신세가 되는 중고 레코드의 속성도 비슷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는 이야기다. 중고 레코드에는 비록 보이지는 않더라도 틀림없이 묻어 있을 여러 손길과 힘이 실려 있어, ‘알지 못하는 누군가가 수십 년간 그 레코드를 소유하면서 수차례 재생하는’ 장면을 떠올리면 그 상상은 묘할 수밖에 없다. 그는 자신과 멤버들이 ‘플런더포닉’을 위해...

Since I Left You / The Avalanch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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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벌랜치스의 데뷔 앨범 <Since I Left You>는 지금으로부터 25년 전에 나온 앨범이지만, 음악팬이라면 한 번쯤 돌아보기 좋은 목록 중 하나다. 플런더포닉스(Plunderphonics)의 대표작이기 때문인데, 플런더포닉스는 기존에 있는 노래들을 샘플로 사용해 새로운 곡을 창작하는 방식을 말한다. ‘Plunder’, ‘약탈’을 의미하는 이름이 넌지시 알려주는 것처럼, 이 양식은 ‘샘플링’에서 제법 무례하고 무심한 태도로 한 걸음 더 나아간, 샘플들의 다중적이고 창의적인 배열을 하나의 미학으로 취한 혁신적 음악 어법이었다. 3000여 개로 추정되는 소스들이 촘촘하게 배열된, 그러니까 오직 샘플만으로 구성된 노래들을 수록한 <Since I Left You>는 2000년 공개 이후 서구권을 중심으로 비평적 찬사를 받아 왔다. 샘플 기반이라고 하니, 우선적으로 떠오르는 앨범들이 있었다. 바로 Beastie Boys의 <Paul’s Boutique>다. (https://sj-in-musicnote.tumblr.com/post/656836692287832065/pauls-boutique-beastie-boys) 비슷한 성격의 앨범을 힙합에서 찾을 수 있다. Dj Shadow의 <Endtroducing>과 J Dilla의 <Donuts>, 또 Oneohtrix Point Never의 <Replica>도 여기에 해당한다. ‘플런더포닉스’라는 용어를 처음 고안한 캐나다 뮤지션 존 오스월드(John Oswald)는 80년대 후반 플런더포닉스로 된 EP를 출시했고, 홍보 활동의 일환으로 약간의 퍼포먼스를 감행했다. 시디를 레코드점에서 팔지 않고, 라디오에서 틀도록 하면서 청취자들이 개별적으로 녹음해 해당 앨범을 소장하기를 유도했던 것이다. 이런 식으로 ‘법망(?)’을 교묘히 피해 갔지만, 결국 뮤지션은 캐나다의 레코드 산업 협회(CRIA)로부터 마스터 시디를 파기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