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azing Grace / Aretha Franklin

 

‘솔의 여왕’이라 일컬어지는 아레사 프랭클린은 침례교 목사이자 순회 설교자이던 아버지를 따라 어린 시절부터 교회에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10대 시절 어머니의 이른 죽음을 맞이한 뒤로 아버지를 따라 ‘가스펠 카라반’ 생활을 하며 투어를 하고 레코드를 녹음하기도 했다. 아레사 프랭클린의 음악에 뿌리가 되는 가스펠은 1960년대 미국에서 점차 확립되어 간 솔 음악이 태동할 수 있었던 근원이었다. 솔과 팝 보컬리스트로서 성공적으로 활약한 이후인 1972년 그녀는 자신이 소녀 시절에 불렀던 음악들을 다시 찾았다. 1972년 아틀란틱을 통해 처음 나온 <Amazing Grace> 바이닐 레코드는 비평과 세일즈 면에서 큰 성공을 거두었고, 가스펠 장르의 레전드 라이브 앨범으로 남았다. 동명의 다큐멘터리는 여러 우여곡절을 거쳐 그녀가 작고한 뒤인 2018년 이후 대중에게 공개되었다.


라이브 앨범을 레코드로 감상하는 데 있어 영상 자료가 보충된다면 그것은 필히 두 배의 감동을 이끌어낼 것이다. 이 레코드를 감상할 때 다큐 <Amazing Grace>를 시청하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다큐를 통해 로스앤젤레스 뉴 템플 교회에서 이루어진 이틀에 걸친 공연의 전반적인 풍경을 확인할 수 있다. 아레사 프랭클린이 노래하는 모습은 물론, 전반적인 사회와 곡 소개 그리고 피아노 반주를 맡은 제임스 클리블랜드(James Cleveland)의 모습, 무대의 분위기, 청중들의 열정적인 반응, 합창단원들이 활약하는 모습 등 사소한 부분들까지 말이다. 열창을 한 그녀의 얼굴에 땀이 맺히고 눈 화장이 번진 순간, 그녀의 아버지가 다시 피아노 앞에 앉은 딸의 얼굴을 닦아주는 모습 또한, 레코드가 담아내지 않는 장면들을 고스란히 전하고 있었다.

Precious Lord, Take my Hand / You’ve got a Friend를 들으면 가스펠이나 CCM에 친숙하지 않아도 많이 들어본 것 같은 익숙함이 스칠 것이다. 캐럴 킹(Carole King)의 히트곡을 찬송가와 함께 편곡해 힘들 때, 괴로울 때 우리 곁에 머무는 ‘친구’의 존재를 ‘하느님’으로 치환해 의미를 재생산했다. 제임스 클리블랜드는 피아노 앞에 앉아 땀을 닦으며 이 곡을 소개한다. ‘친구가 필요할 때, 내 이름을 부르라, 내가 거기 있으리.’ 베이스와 피아노 반주에 맞춰 하모니를 이루는 합창단의 노래는 그야말로 찬양의 의미를 되새기기에 손색이 없다. 캐럴 킹의 노래 중에서 나도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곡이라 가스펠로 편곡된 이 노래를 음미해보는 것은 즐거운 경험이었다.

영상을 보면, 즉흥 재즈 피아노 반주에 아레사 프랭클린이 열정적인 고음으로 Amazing Grace를 부른다. 합창단원과 관중들은 모두 일어나 환호하고 제임스 클리블랜드는 연주를 다 마치지 못하고 마치 영성을 느끼기라도 한 듯 뒷자리로 물러나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놀라운, 놀라운 은혜, 얼마나 달콤한 소리인지 / 그것은, 나처럼 비참한 자를 구한 소리 / 나는 한때 길을 잃었지만 발견되었고 / 눈이 멀었었지만 이젠 볼 수 있다네(Amazing, amazing grace, how sweet the, the sound / That, that saved a, a wretch like me / I, I once was, was lost, but, but now I, I'm found / Was, was blind, but now, now I, I see) 라이브로 들어 더 감동적인 그녀의 노래. 청중들의 뜨거운 반응 속에서 첫날의 무대가 막을 내린다.


Precious Memories는 D♯/E♭ 조성에 느린 템포로 전개되는, 전반적인 흐름과 사뭇 다른 분위기를 가졌다. 합창단이 먼저 노래를 시작하고 뒤이어 아레사 프랭클린과 제임스 클리블랜드가 듀엣을 이룬다. 찬송 곡이라 하기엔 지나치게 나른한 분위기의 편곡인데 한밤중 가만히 자신의 ‘소중한 기억들’에 관해 떠올리며 감사의 일기를 작성하는 듯한 가사와 잘 어울린다. 어린 아레사 프랭클린에게 영감의 대상이었던 클라라 와드(Clara Ward)와 아버지 C.L. 프랭클린이 참석한 둘째 날 공연에서 Climbing Higher Mountains를 부를 때 관중들은 모두 일어나 저마다 주체적으로 공연을 즐기는 모습을 보여준다.


Wholy Holy는 레코드의 뒷부분에 수록됐지만, 공연에서 그녀가 제일 처음으로 부른 곡이다. 평화의 메시지를 담았던 마빈 게이(Marvin Gaye)의 앨범 <What’s Going On>의 수록곡으로 사랑과 평화에 대한 개인의 흩어진 믿음들을 하나로 모으기에 효과적인 연대의 힘을 가진 가사로 이루어져 있다. 이틀간의 라이브 여정의 마지막이자 레코드의 마지막 트랙으로 실린 Never Grow Old는 침례교 목사였던 제임스 클리블랜드 무어(James Cleveland Moore)가 쓴 오래된 가스펠 곡으로, 성경에서 말하는 고통과 죽음, 슬픔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천국’의 이미지를 그리고 있다. 아레사 프랭클린의 열창은 그야말로 성경의 메시지를 열렬히 전달하는 복음의 성격을 강화하며, 비종교인의 가슴속에도 다다를 수 있는 충분함으로 어필한다. 개인적으로 교회와 큰 관련이 없는 환경에서 자랐지만, 이런 노래들을 이렇게 즐기고 부를 수 있다면, 그건 틀림없는 축복일 거라 생각했다. 나는 성인이 된 다음에야 성당에 다니게 되었는데 미사에 참석해 성가를 소리 내어 부를 때면, 이따금 가슴이 벅차오르는 듯한 경험들을 했기에 종교인들의 특별한 감흥을 잘 이해할 수 있다. 그때 인간이란 존재의 중요한 미덕 중 하나는 종교적 순수성을 마음에 간직하며 실천하는 일이라 생각했고, 그 생각은 지금도 크게 변하지 않았다. 이 레코드를 통해서 내 마음속에 옅어져 있던 생각을 되살릴 수 있었던 것 같다. 굳이 내가 거기에 동참하지 않더라도 이들의 파워를 지켜보는 자체가 내게 에너지를 부여한다고 느꼈다.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Barbie the Album / Various Artists

Honey / Caribou

Two Star and the Dream Police / Mk.g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