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025의 게시물 표시

Two Star and the Dream Police / Mk.g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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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k.gee는 지난번 주제였던 본 이베어의 <SABLE, fAble>을 통해 알게 된 솔로 뮤지션이다. 앨범의 중반부에 수록된 트랙으로 은은하게 맥락을 이어주던 From이란 곡에 그가 참여하고 있었다. 처음 듣는 음악에 대해 늘 그렇듯 별생각 없이, 큰 기대도 없이 먼저 음악을 들어보았다. (이때의 상황을 대충 그려보자면, ‘음, 만나서 반가워’ 정도의 첫인사를 건네는 단계랄까?) 블루투스 스피커를 켜두고 부엌에서 음악을 듣는데, 처음 세 곡 정도가 흘러갈 무렵 순간적으로 이 세계에 빠져버리게 되었다. 대강의 느낌으론 본 이베어의 음악과 유사한 부분도 있는 것 같았고, 워 온 드럭스 같은 전자 음악이 섞인 인디 록 음악의 잔상이 일기도 했고, 슈게이징 음악의 노이즈와 울림도 묻어 있었고, 그러면서도 팝적인 멜로디로 주목할 만한 생동감을 갖고 있었다. 이렇게 멋진 음악을 그냥 놓칠 수 없어서 바이닐을 찾아보았는데 지금은 판매가 원활히 이루어지고 있진 않았지만 가까스로 한 장 구할 수 있었다. 대체로 어두운 분위기지만 바이닐로 음악을 재생하자 오히려 기분이 상쾌해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전자 음악의 비틀린 텍스처를 내세운 오프닝 트랙 New Low가 제시하는 명확한 비전은 앨범에 대한 신뢰감을 높인다. 그루브가 가미된 사운드로 한결 부드러운 다음 곡 How Many Miles, 그리고 Are You Looking up은 앨범의 대표 트랙이라고 볼 수 있다. 시니컬한 시선과 태도를 유지하지만 친근함을 자아내는 멜로디로 이목을 끌었다. ‘넌 찾고 있어? 이유를 묻고 있어? 왜냐하면 이왕 가볼 거라면 망설이지 말고 과감해져 봐 (Are you looking up? are you asking why? ‘cause if you wanna go then, baby go wild)’라는 가사에 실린 도전적 태도가 어쩐지 부럽게 느껴졌달까. Rylee & I에서 노래와 겉돌고만 있는 퉁명스러운 기타 리프와 패턴들의 배열이 낯선 감...

Sable, Fable / Bon I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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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이베어의 다섯 번째 앨범 <Sable, Fable>이 막 도착했다. 이 앨범은 말 그대로 Sable과 Fable 두 개의 파트로 나눌 수 있다. 분량으로 따지면 Sable은 일종의 도입부에 해당한다고 생각될 만큼 작은 규모를 이룬다. 앨범의 타이틀도, 커버 아트워크도, 본 이베어의 지난 앨범들이 보여주던 넘쳐나는 심벌의 복잡함을 걷어내고,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매우 심플한 구성을 취했다. <22, A Million>, <i,i>를 떠올리는 사람이라면 이것이 본 이베어의 새 앨범이라는 데에 의아함부터 들지 모른다. 하지만 갈색이 은은히 어른거리는 검정의 네모 박스와 ‘연어색’이라 불리는 주황을 띈 분홍의 조화, 혹은 대비, 수수께끼 같은 배치는 아직 드러나지 않은 이야기들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한다. 데뷔 앨범 <For Emma, Forever Ago>가 남긴 깊은 인상을 다시 떠올려 보면, 본 이베어가 ‘여기까지 왔구나’싶은, 놀라움과 기대, 그리고 안도와 같은 감정들이 동시에 생겨나 마구 뒤엉키기 시작한다. Sable 파트의 곡들은, 저스틴 버논이 위스콘신의 외딴 오두막에서 은둔하듯 지내며 만들었던 거칠면서도 우아함이 감도는 슬픈 노래들을 무리 없이 되새겨준다. 그래서 작년 가을 <Sable> EP가 공개되었을 때, 제대로 과거 회귀적인 익숙한 그의 어둠이 어쩔 수 없이 반가웠던 것 같다. 이제 본 이베어가 원점으로 돌아가는 듯한 앨범을 만들 거라고 추측하게 했다. 순서대로, Sable 파트의 파멸적 아름다움부터 감상해보자. 혼자의 생각에서 일기장에 몰래 적은 글귀들을 보는 듯 내밀하고 낯익은 기분을 선사하는 어두운 트랙들. 뒤에 남겨진 것들의 무한한 팽창으로부터 헤어날 수 없음을 말하는 무거운 심정을 포착한 Things Behind Things Behind Things. 자기비판적 태도와 근심하는 자아의 섣부른 인식 따위를 담아낸 S P E Y S I D E. 그리고 Sable 파...

Lives Outgrown / Beth Gibb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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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ives Outgrown>은 지난해에 나온 베스 기번스의 솔로 앨범이다. 무려 22년의 간격이 있지만 2002년 나온 <Out of Season>의 연장선상에 있고 노래의 주된 재료인 그녀의 목소리는 크게 달라진 게 없는 듯 느껴진다. 드라이하면서도 온화하고 어둡지만 윤이 나는 그 노래. 시간이 흐르는 동안 누구든 나이가 들고, 자신을 둘러싼 삶은 지속적인 변화를 맞는다. 그러므로 우리는 어렵지 않게 공감할 수 있다. 나이가 들어 찾아온 어떤 이야기에 대해서도. <Lives Outgrown>에는 삶의 변화들에 대한 탐색이 수수한 태도와 모던한 스타일로 담겨 있다. 그녀는 첫 트랙 Tell Me Who You Are Today로 어느 한 지점에서 바라보는 생에 대한 탐색의 문을 연다. 동양적 분위기를 가미해 오묘한 사운드를 구현한 퍼커션은 분명 이 앨범의 매혹적인 조연이다. 기도문을 읽는 듯한 면이 있는 보컬과도 너무 잘 어울린다. 앨범의 커버 이미지에 그려진 것처럼 나의 모습은 여러 가지고, 오늘 내 모습은 무엇과 가장 닮았을까. ‘너는 오늘 어떤 모습이었니’하고 문득 물어보는 사람은 아마도 많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이 노래가 약간의 위로처럼 느껴졌다. 네가 오늘 누구였는지 기꺼이 들어주겠다는 메시지 같아서. Floating on a Moment에서 삶이란, 일방적이며 계속되는 이 여정에서 문득 멈춰 서서, 떠다니는 한순간을 포착한다. 아이들의 합창과 아르페지오를 중첩시켜 이야기를 조금 다른 어법으로 전달하는데, Burden of Life로 다시 어둠 속을 더듬으며 나아간다. 현악 파트는 이 어둠에 결을 만들고 캄캄한 길을 응시하며 나아가도록 만든다. Lost Changes에는 사랑과 상황, 시간의 변화 속에서 결코 예전과 같을 수 없음에 대한 인식이 담겨 있다. 비슷하게 ‘사랑의 가능성’의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는 Reaching out. 떠나가는 이를 붙잡고자 하는 심리를 내비치며 내면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