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sing Time / Tom Waits

희미한 기억에 의하면, 내가 톰 웨이츠의 음악을 처음 접한 건 짐 자무시(Jim Jarmusch) 감독의 영화 <지상의 밤(Night on Earth)>을 통해서였던 것 같다. 지구의 이미지와 함께 톰 웨이츠의 노래가 우렁차게 울려 퍼지던 오프닝 신은 이 영화의 세계를 함축하는 인상적인 도입이었다.
생각난 김에 잠깐 영화 얘기를 하자면, <지상의 밤>은 옴니버스식 구성으로 다섯 가지 에피소드로 나뉘어 있고, 각각의 도시에서 택시 운전을 하는 인물들을 주인공으로 삼고 있다. 그래서 심야의 택시 운전수와 승객의 대화가 중심 스토리가 되어 흘러간다. 그중 첫 번째인 로스앤젤레스 편은 위노나 라이더(Winona Ryder)가 맹랑한 연기로 시선을 강탈하던 제법 유머러스한 에피소드였다. 캡 모자를 뒤집어쓰고 줄담배를 피워 대고 풍선껌을 씹는 이상한 아가씨 운전수 캐릭터가 위노나 라이더의 연기로 형상화되어 나타나고 있었다. 영화의 연출은 드라이하고 미니멀한 편이지만 유머와 위트, 매끄럽지 않은 소통이 만들어내는 공백들, 인생사의 부조리에 관한 시선 등이 골고루 녹아 있어, 감독 특유의 개성을 충분히 만끽할 수 있는 작품이었다. 톰 웨이츠는 나중에 짐 자무시 감독의 영화 <다운 바이 로>, <커피와 담배> 등에 출연도 하게 되는데, <지상의 밤>에서는 사운드트랙 작업을 담당했다. 영화에서 간혹 흘러나오던 그의 고딕풍 사운드는 영화를 더욱 이색적으로 채색하는 숨은 주역이었다.
오프닝 곡과 사운드트랙에서 특히 좋았던 곡
영화 <커피와 담배>에 출연한 이기 팝과 톰 웨이츠
영화에 관한 각별한 기억 때문에 서두가 좀 길어졌는데, 아무튼 톰 웨이츠의 이름은 음악계나 영화계를 통해 자주 들어온 것이 분명하다. 루이 암스트롱(Louis Armstrong) 못지않은 걸걸하고 어글리한 보컬 스타일, 그리고 가사에 묻어나는 외로움 등의 정서는 우연히라도 한번 들으면 결코 잊을 수 없는 각인을 새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톰 웨이츠를 가장 좋아하는 뮤지션으로 손꼽지는 않을 것 같다. 말하자면 톰 웨이츠의 음악은 ‘가장 선호되는’ 종류는 아니지만, ‘가장 선호되는’ 음악들이 지겨워져 문득 고개를 돌릴 무렵엔 반드시 찾게 될, 의도적으로 변방의 위치를 차지하는 확고한 개성을 가졌다.
50년에 가까운 그의 음악 커리어를 전체적으로 살펴볼 때, 데뷔작 <Closing Time>은 가장 평범한, 가장 서정적이고 단정한 스타일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뮤지션이 가진 본질적 에너지와 색채만큼은 분명히 드러나는 빼어난 작품임에 틀림없다. 무명이던 톰 웨이츠가 뮤지션으로 거듭나기까지의 시간을 추적해 보며 그가 밥 딜런에게서 많은 영향을 받은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톰 웨이츠는 라이브 공연이 열리던 커피하우스에서 일을 하다 무대에 오를 기회를 얻었다. 차츰 그의 공연이 알려지게 되면서 더 트루바두르(The Troubadour) 같은 큰 무대에도 서게 되었다. 밥 딜런, 레드 소빈(Red Sovine) 등 포크와 트럭-드라이빙 컨트리(truck-driving country) 뮤지션들의 노래들을 자주 커버해 불렀는데, 그의 음악은 전형적인 포크 음악과는 거리가 있고, 가사도 장황하지 않고 간결하며, 사운드 면에서는 재즈와 블루스를 가미한 독창적인 세계를 선보였다. 그럼으로써 어떤 장르적 규정에서 탈피하는 아웃사이더 뮤지션의 면모를 데뷔 초부터 선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50년에 가까운 그의 음악 커리어를 전체적으로 살펴볼 때, 데뷔작 <Closing Time>은 가장 평범한, 가장 서정적이고 단정한 스타일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뮤지션이 가진 본질적 에너지와 색채만큼은 분명히 드러나는 빼어난 작품임에 틀림없다. 무명이던 톰 웨이츠가 뮤지션으로 거듭나기까지의 시간을 추적해 보며 그가 밥 딜런에게서 많은 영향을 받은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톰 웨이츠는 라이브 공연이 열리던 커피하우스에서 일을 하다 무대에 오를 기회를 얻었다. 차츰 그의 공연이 알려지게 되면서 더 트루바두르(The Troubadour) 같은 큰 무대에도 서게 되었다. 밥 딜런, 레드 소빈(Red Sovine) 등 포크와 트럭-드라이빙 컨트리(truck-driving country) 뮤지션들의 노래들을 자주 커버해 불렀는데, 그의 음악은 전형적인 포크 음악과는 거리가 있고, 가사도 장황하지 않고 간결하며, 사운드 면에서는 재즈와 블루스를 가미한 독창적인 세계를 선보였다. 그럼으로써 어떤 장르적 규정에서 탈피하는 아웃사이더 뮤지션의 면모를 데뷔 초부터 선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트럭-드라이빙 컨트리(truck-driving country)가 생소해서 찾아 들어 본 레드 소빈의 대표곡
오프닝 트랙 Ol’ ‘55는 데뷔 초창기 클럽에서 공연하던 시절 자작곡으로 관객 앞에서 선보였던 곡이다. 재즈 필의 선명한 피아노 멜로디로 리드되는 미드 템포의 발라드. 고독을 주제로 한 가사는 함축적으로 쓰였고, 흘러가는 도로 위의 시간을 묘사하는 로드 송 이미지를 선보인다.
Lonely, lonely를 반복하는 노래 Lonely는 텅 빈 듯한 가사와 사운드 풍경을 엮어가는데 불현듯 멜라니 제인(Melanie Jane)이라는 인물이 등장해 궁금증을 증폭시켰다. ‘난 내가 그 모든 것들을 안다고 생각했는데 / 외로워, 외로워, 외로워 / 멜라니 제인, 고통을 모를 거야(I thought that I knew all that there was to / Lonely, lonely, lonely / Melanie Jane, won't feel the pain)’라는 부분이다. 검색해 보니 멜라니 제인은 영화배우인 것 같은데, 이 노래와의 관련성에 관해 명확히 언급된 것은 없다. 이 노래에는 화자와 화자가 사랑하는 상대가 있고, 멜라니 제인은 고통을 모르는 존재로 자리해 있다. 이 고통은 외로움을 모른다는 말일 것이고, 그래서 끝이 없는 ‘외로움’의 반대편에 멜라니 제인이 서 있다.
Little Trip to Heaven은 그동안 노래에 그려졌던 외로움, 엇갈린 사랑의 감정이 아닌 사랑의 충만감을 묘사한다. 여기에서 재즈 발라드 문법을 타파하는 개성을 찾아보기는 어렵지만 톰 웨이츠식 크루너 스타일 사랑 노래로 듣기 좋은 트랙인 것은 분명하다. 마지막에 가사를 대신해 짧게 덧붙이는 스캣, Shoo-be-doo, ba-ba-da는 시니컬하고 센스 있게 느껴진다.
Grapefruit Moon에서는 현악 파트의 역할이 중요해지며 진중함이 더해진다. 특히 가사가 아름답게 느껴진 곡이었는데, 이 부분이 가장 좋았던 것 같다. ‘난 목적지를 가진 적도 없고, 넘어설 수도 없었지 / 당신은 나의 영감이 되어주었지만, 얼마나 큰 대가를 치러야 했는지 / 그 멜로디를 들을 때면, 내 안의 무언가가 부서져 / 그리고 자몽 달, 하나의 별이 빛나고, 그 빛은 나를 감출 수 없을 만큼 크고 강렬해(Never had no destinations, could not get across / You became my inspiration, oh, but what a cost / Every time I hear that melody, something breaks inside / And the grapefruit moon, one star shining, is more than I can hide). ‘자몽 달’이라는 시각적 이미지를 제시하고 그 빛은 나의 나약함을 숨길 수도 없을 만큼 압도적이고 강렬하다는 상징적 의미가 잘 드러나고 있었다.
1999년도 라이브로 지금 우리가 잘 아는 톰 웨이츠의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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