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deways Original Soundtrack / Rolfe Kent

    

<사이드웨이>는 지난주에 살펴보았던 <바튼 아카데미>를 감독한 알렉산더 페인 감독의 네 번째 장편 영화로 2004년 처음 개봉했다. 와인 산지의 풍경을 형상화한 것 같은 연두색 배경에 와인색 컬러로 포인트를 준 커버 이미지가 눈길을 끈다. 와인병에 갇힌 두 주인공의 캐리커처는 영화의 코믹함을 적절히 포착하고 있다. 이 영화는 렉스 피켓(Rex Pickett)의 소설을 원작으로 했고, 알렉산더 페인 감독과 각본가 짐 테일러(Jim Taylor)가 공동으로 각본 작업을 했다. 공개 이후 영화는 대체로 비평적인 찬사를 받으며 여러 차례 수상을 했다. 작품성을 인정받음과 동시에 흥행 면에서도 중저예산 규모 대비 큰 성공을 거두었다.

<사이드웨이>는, 말하자면 필터링이 가능한 한 배제된 스타일의 연출을 선보인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장르로는 비틀린 유머 감각이 독특한 웃음의 포인트를 자아내는 코미디 드라마이고, 주제 면에서 와인 없이 성립할 수 없는 테마 영화이기도 하다. 큰 줄거리는 이러하다. 40대의 두 친구가 결혼을 앞두고 총각파티 삼아 와인 산지로 여행을 떠난다. 절친인 두 사람의 거침없는 대화가 너무도 자연스럽게 그려져 둘의 케미를 보는 것부터 흥미진진하다. 사실 두 사람은 상반된 성격을 가지고 있고, 결국 그 차이는 서로의 불충분함을 보완하고 힘을 보태는 것으로 드러나며 따스함을 자아낸다. 결혼을 앞둔 잭은 ‘한물 간’ 배우로 쾌락주의자이고 약간은 현실도피자이기도 하며, 감정적이고 능청스러운 성격을 가졌다. 절친 마일스는 잭과 반대되는 성격을 지녔고, 완전한 패배자에 가깝다. 성공 못한 작가이고, 항우울제를 복용하며 여전히 이혼의 상처를 극복하지 못했다. 영화가 끝날 때까지, 그러니까 두 친구가 여행에서 돌아올 때까지 그를 구제할 가능성은 조금도 보이지 않는다. 그나마 희미하게 버텨주던 책 출판의 기회마저 좌절되고, 전 부인의 재혼 소식까지 접하며 그는 더 깊은 상심에 빠져든다. 그런 마일스의 삶에 ‘마야’라는 멋진 여인이 등장하지만 그는 새 로맨스를 쉽게 행복으로 받아들이지 못한다. 마야는 그런 그에게, 솔직한 독자가 되어 주는 사람, 당신은 재능이 있으니 계속해서 글을 써달라고 말하는, 작가-독자 관계로 맺어지는 소울메이트 같은 존재다. 그것이 영화의 마지막에 실린, 여전히 거기에 매달려 있는 포도 한 송이 같은 희망이었다.

    

롤페 켄트(Rolfe Kent)의 스코어는 확실히 영화의 흐름을 더 활달하게 만들었다. 레코드에 실린 감독의 간략한 소개 글에 따르면, 그는 ‘친숙하지 않은 편곡, 끊임없이 흐르는 멜로디, 감정에 휩쓸리지 않는 절제된 표현력(unusual arrangements, the constant presence of melody, the expression of emotion without sentimentality)’이란 기준으로 음악을 표현하고 싶었고, 그러한 신념에 따라 음악은 인물들의 마구 흐트러진 모습을 담아 내면서도 맵시 있는 재즈 스코어를 선보인다. 또한 감독은 5-60년대 이탈리아 영화와 70년대 미국 영화를 결합하고자 하는 연출적인 의도도 가지고 있었는데, 음악도 그 시절 이탈리안 영화에서 주요 아이디어를 얻었다. <사이드웨이> 사운드트랙 작업에서 참고가 됐던 것은 피에로 우밀리아니(Piero Umiliani)가 영화 <I soliti ignoti (마돈나 스트리트의 빅 딜)>에서 보여준 재즈 오케스트라 스코어였다. 넬슨 리들(Nelson Riddle)의 과거 음악에서도 유사한 계보를 찾을 수 있는데, 전반적으로 <사이드웨이> 사운드트랙은 스윙과 라운지 무드가 가미된 쿨재즈 스타일로 영화의 줄거리와 함께 확실히 더 밝고 통통 튀는 개성을 드러내고 있다.

이탈리아의 영화 음악가 피에로 우밀리아니의 영화 음악 중에서 한 곡. 이 시기에 이탈리아로 건너 왔던 쳇 베이커와 같이 작업을 했다.

넬슨 리들의 대표 트랙 가운데 하나로, 스윙을 가미한 재즈 오케스트라 스타일로 <사이드웨이> 분위기와 유사한 지점을 찾을 수 있다

롤페 켄트는 알렉산더 페인 감독과 <어바웃 슈미트>와 <다운사이징> 등 여러 작품을 함께 작업했다. 그중에서도 <사이드웨이> 사운드트랙은 재즈 앙상블로 구성된 스코어로 눈길을 사로잡는 작품이다. 와인 산지를 찾아 떠난 주인공들의 여행담과 잘 어울리는 경쾌하고 위트 있는 음악들로 채워져 있다. 그 시작점이 되는 Asphalt Groovin’은 재즈와 훵크를 결합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우발성을 포착한 듯 흥미진진하게 전개된다. Drive!는 솔로 연주를 순차적으로 들려주며 약간 즉흥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인물들이 차를 타고 이동하는 장면처럼 진행의 과정이 잘 보였던 곡으로 기억에 남는다. Wine Safari는 여기에서 가장 경쾌하고 위트 넘치는 곡으로, 과한 기쁨이 묻어나는 대표적 트랙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두 주인공이 와이너리를 탐방하는 여행의 시작점에 놓이는 곡으로 생동감 넘치는 리듬부와 선명한 멜로디로 라틴 재즈풍의 사운드 이미지를 이끌어내며 줄거리의 유쾌한 측면을 부각시킨다. 화면도 갑자기 분할되면서 고정된 틀에서 벗어나 일탈을 묘사하고, ‘Safari’라는 제목을 의식한 듯 느닷없이 동물들을 카메라에 담은 것도 웃음을 자아내는 포인트였다. Asphalt Groovin과 Drive!, Wine Safari는 두 사람이 차로 이동하는 상황에서 각각 흘러나왔고, 그래서 이 세 트랙을 짧은 로드 트립의 세 가지 변주로 읽을 수도 있었다. 결혼을 앞두고 있지만 여전히 모험심이 강하고 혈기 왕성해 마지막으로 허용된 자유를 만끽하고자 하는 잭과 와인에 대한 열정으로 친구와 함께 여행길에 나선 마일스의 질주를 매우 인간적이고 유쾌한 필치로 은유하고 있었다. 위에 언급한 곡들에 비하면 소박해서 잘 튀지 않지만 Lonely Day와 Miles' Theme의 무드도 세련되고 인상적이었다.


A 면에 실린 트랙들이 재즈 분위기로 타이트하게 발랄함을 유지했다면 B 면은 무르익은 와인처럼 한층 느긋한 분위기를 취하며 피아노 중심의 서정적인 트랙들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화기애애한 낮의 여행을 마치고 밤이 된 순간을 묘사하는 듯. 각각의 면이 잭의 내면과 마일스의 내면을 투영한다고 읽을 수도 있을 것 같다. 그 중심에 있는 것은 Miles and Maya일 것이다. 잭과 스테파니 커플과 다르게 마일스와 마야의 로맨스는 진행이 더뎠다. 하지만 두 사람이 결국 이루어질 거라는 예감은 사라지지 않고 줄곧 유지되고 있었다. 결국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한 것이 무엇일지 되새겨보면, 절망에 찌든 마일스가 기존에 없던 새 가능성을 발견하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그리고자 했다는 생각이 든다. 마일스와 마야의 관계를 이어주던 와인과 글. 그것들을 통해 두 사람의 관계는 점차 깊어져갔다. 영화는 우회적인 길, 사이드웨이가 아니었다면 결코 만나지 못했을 다음 단계의 ‘나’, 그리고 그곳의 사람들을 그려내고 있었다. 롤페 켄트의 사운드트랙은, 그 이야기의 생기 넘치는 메아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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