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024의 게시물 표시

Heaven or Las Vegas (vide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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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ven or Las Vegas / Cocteau Tw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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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ven or Las Vegas / Cocteau Twins 드림 팝의 기사들 <Heaven or Las Vegas>는 콕토 트윈스가 낸 정규 앨범들 가운데 가장 대중적인 인기를 얻은 앨범이라고 할 수 있다. 보컬 엘리자베스 프레이저(Elizabeth Fraser)의 창법은 노랫말에 사용된 단어들을 부정확하게 들리도록 하고, 청취자의 일반적 기대에서 충분히 낯설게 느껴질 수 있는 외국어 단어들을 사용하면서 보컬의 노래도 사운드의 일부로 전달되기를 추구했는데, 그러한 그룹의 특색을 떠올려 보면, 이 앨범은 비교적 명확한 노랫말을 들려준다는 점에서 차별화되는 지점이 있다. 버스데이 파티(The Birthday Party), 바우하우스(Bauhaus), 수지 앤 더 밴시스(Siouxsie and the Banshees) 같은 펑크나 고딕 록 그룹들에 영향받으며 자신들만의 음악에 대한 꿈을 다듬어 간 멤버들은 16여 년간 이어진 그룹 활동을 통해 포스트 펑크 계열 음악을 구축하고 슈게이징과 드림 팝의 기틀을 마련했다. 그들만의 독특한 색채를 고스란히 유지한 채 보다 팝적인 멜로디와 감성을 선보인 6집 <Heaven or Las Vegas>는 만져질 듯 선명한 빛깔로 멜랑콜리와 순수를 한 폭의 시야에 펼쳐 놓은 명작이라 할 만하다. 첫 곡 Cherry-Coloured Funk를 처음 들은 게 언제일까? 내가 록 음악에 눈을 뜨던 때 콕토 트윈스가 왕성한 활동을 하는 시대는 아니었지만 그들의 이름은 여러 번 여러 뮤지션들과 음악 매거진들을 통해 꾸준히 언급되고 있었다. 콕토 트윈스는 1997년 해체 후 그룹의 모습으로 더 활동하지 않았지만 다음 세대가 된 뮤지션들과 록 음악사에 미친 영향이 워낙 컸기 때문에 그들의 이름이 끊임없이 인용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한 수십 번의 겹침이 결국 직접적인 연결고리가 없던 이 그룹과 나를 연결시키고 말았는데, 역시 내게 가장 많이 노출된 앨범이기에 가장 먼저 손을 뻗게 된 <Heaven or Las ...

Hit Me Hard and Soft (vide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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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t Me Hard and Soft / Billie Eili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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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it Me Hard and Soft / Billie Eilish 빌리를 찾아서 정규 3집 앨범 <Hit Me Hard and Soft>를 제대로 들어보기 전에, 역시 이토록 개성 있는 뮤지션 빌리 아일리시에 대해 잘 모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스쳤다. 내가 빌리 아일리시의 음악을 ‘소비’하던 방식은 어디까지나 스트리밍 구조 속에서 간접적이고 우발적인 탐색 수준에 머무르고 있었던 게 아닐까. 앨범에 대한 이해보다 특정 곡이 눈에 띄면 들어보는 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내게는 적절해 보였던 것 같기도 하다. 그런 식의 다소 의욕이 경감된 청취 태도에도 불구하고 어떤 곡을 들어도 빌리의 노래들은 하나같이 임팩트 있고, 스타일리시하다는 사실을 캐치할 수 있었다.   다소 느슨하게 감상했던 그녀의 곡들 가운데 특별히 기억에 남는 노래들이 있었다. Everything I Wanted와 영화 <바비> 사운드트랙에 삽입됐던 What Was I Made For? 등이었다. What Was I Made For?의 경우, 텔레비전에서 그래미 어워즈 시상식–2024년 2월 5일 Mnet에서 생중계를 했다–을 보던 중 라이브 무대를 통해 처음 접했다. 다른 일을 하다가 문득 피아노 소리가 들려 화면을 쳐다보았는데, 나는 처음에 선글라스를 끼고 머리에 스카프를 두르며 재치 있게 위장한 이 여가수가 누구인지 알아보지 못했다(https://youtu.be/vluXkyV4AFc?si=DrmbFdUYaUAsI3cv). 하지만 노래의 첫 소절부터 단번에 내 귀를 사로잡은 건 분명했다. 그때까지 영화 <바비>를 감상하지 않은 나로서는 What Was I Made For?라는 노래의 기원을 알지 못했고 뒤늦게 곡의 사연에 대해 찾아보게 되었다. <바비>의 감독 그레타 거윅(Greta Gerwig)이 빌리와 피니어스에게 ‘바비의 심장 노래’를 만들고 싶다며 곡을 써줄 것을 요청했던 것이다. 그동안 내가 빌리의 음악들이 세워진 시...

The Hours Soundtrack (vide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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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ours Soundtrack / Philip Gla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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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Hours Soundtrack / Philip Glass 비극적 이야기들이 꿰어진 띠 종종 밤에 영화를 보려고 넷플릭스를 탐색한다. 대단히 열정적인 태도로 볼거리를 찾는 것은 아니라 확실히 캐주얼한 태도인데, 얼마 전 우연히 영화 <디 아워스>가 눈에 띄었다. 2002년 처음 개봉한 이 영화를 이미 몇 번 본 기억이 있지만, 이번에는 음악에 대한 글을 쓰기 위해서라는 뚜렷한 명분을 가지고 다시 영화를 감상하게 되었다. 참 신기한 것은, 영화를 보는 시기마다 관객으로서 내가 특별히 주목했던 부분들이 달랐다는 점이다. 이 영화는 크게 세 가지 시간대의 세 가지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고, 각각의 시간들은 버지니아 울프의 소설 <댈러웨이 부인>을 통해 서로 긴밀히 연결된다. 영화는 버지니아 울프의 작품을 기리기 위해 쓰인 마이클 커닝햄(Michael Cunningham)의 소설 <The Hours>를 원작으로 삼았다. 그의 소설 속에는 소설을 집필하는 버지니아 울프의 시간도 포함되어 있다. 그래서 영화 속에는 버지니아 울프가 <댈러웨이 부인>을 집필하는 1923년, 로라 브라운이 <댈러웨이 부인>을 읽으며 우울과 심리적 고통 속에서 살아가는 1951년, 그리고 로라의 아들 리처드가 인정받는 시인이 되지만 병이 든 채 힘겹게 살아가는 2001년–중심인물은 리처드의 옛 연인이던 클라리사–의 이야기가 뒤섞여 흘러간다.   버지니아 울프는 시종일관 신경질적인 모습을 드러내고, 소설 집필로 인해 자신의 머릿속 공상에 많은 시간 빠져 지내기 때문에 일상에서 벌어지는 일들과는 곧잘 트러블을 겪는다. 클라리사는 문학 편집자로 내면을 쉽게 드러내지 않으며 당당하고 우아한 태도를 유지하는 뉴요커의 모습을 보여주고, 두 여성에 비해 로라는 자신의 연약함을 위장할 만한 구실이나 수단이 부족한 인물로 설정되어 있다. 로라는 주부이고 둘째를 임신한 상태로 첫째 아이를 돌보며 틈틈이 소설책을 읽는 것 말고 ...

Past Lives (vide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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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st Lives Soundtrack / Christopher Bear & Daniel Ros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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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ast Lives Soundtrack / Christopher Bear & Daniel Rossen 두고 떠나온 것을 다시 만난다면 한국 사람들은 일상에서 ‘인연'이란 말을 자주 쓴다. 그것은 대체로 농담처럼 사용되고 긍정적 의미를 내포하는 경우가 많다. 우연히 자주 마주치면 사람들은 상대에게 ‘우리는 인연이 있다, 혹은 인연이 깊다'와 같이 표현하며 예기치 못한 해프닝을 익숙하게 이해하거나 받아들인다. 때때로 사람들은 관계가 끝났을 때에도‘인연이 다했다' 하고 표현하며 돌려 말하기도 한다.   인연이라고 하면 일종의 섭리처럼 느껴지는 경향이 있다. 친구, 연인, 부부, 가족. 문득 나와 가까운 자리를 맴도는 얼굴들을 떠올려 보면 누구 하나 소중하지 않은 사람이 없다. 인연 이론을 평범한 관계에 대입하는 것은 관계를 강화시키는 확실한 동기가 된다. 단지 마주치고 스치는 가벼운 관계도 실은 모두 인연이라 생각하면 대수롭지 않게 여기던 관계에도 마법처럼 깊이가 더해질 것이다. 그리고 ‘첫사랑'의 인연에는 더욱 강한 끌림이 동반된다. 누군가 물어보면, 그 이유를 제대로 설명하기 어렵다. 왜인지 모르지만 상대에게 끌리고, 어쩐지 상대가 좋다. 그건 어쩌면 수천 번의 삶이 반복되는 동안 일어난 마주침들이 관계의 이면에 어른거리고 있기 때문 아닐까. <패스트 라이브즈>는 표면상으론 첫사랑과의 재회를 사려 깊고 세련된 필치로 그려낸 영화다. 그리고 심층적으론 서양인들에게 이 독특한 동양적 관계관인 ‘인연' 개념을 심플하면서도 매우 시적인 방식으로 전달한다. ‘인연' 개념은 기독교 문화가 우세하여 발전해 온 서구 사회에는 좀처럼 전해지지 않은 불교적 이해에 기초하고 있다. 불교에서는 현생에서의 사람 사이의 인연이란 전생의 여러 겹의 인연에 의해 일어나는 것이라 본다. 그중에서도 부부의 연은 무려 8천 겁의 인연으로 맺어진다고 한다. 서양 관객들은 비록‘인연'이라 정의된 낱말을 찾지 못해 그 느낌에 관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