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질 결심 Soundtrack / 조영욱과 사운드트래킹스
이따금 수사물 영화의 세팅은 험한 말이나 조잡한 대화, 말꼬리를 물고 늘어지는 히스테릭한 풍경을 쉽게 연출하는 것 같다. 그런 상황에서 <헤어질 결심>의 주요 인물 서래가 중국인이라 한국어에 서툴다는 설정은 이 영화에 내려진 뜻밖의 축복처럼 느껴졌다. 서래의 이방인다운 한국어와 유창한 중국어는 영화의 흐름에 균열을 일으키는 요소로 작용한다. 서래가 사극에서 배운 듯 고풍스러운 어휘를 사용할 때마다 해준이 멈칫하듯이, 서래의 말은 영화의 템포를 불현듯 늦추곤 한다. 서래가 사용하는 ‘마침내'나 ‘단일한'이라는 표현은 구어에서는 잘 쓰이지 않는 것들이다. 그래서 그것들을 구어적으로 사용했을 때 분위기가 꽤 어색하고 우스워진다. ‘말씀으로 해드릴까요, 사진으로 할까요'라는 물음에 ‘말씀'이라고 대답하는 것도. 떠올려 보면 외국인의 한국말 ‘부족’ 현상이 자아내는 것은 빈틈없이 바쁘게 살아가는 일상 속 사람들이 이방인들과 맺게 되는 이상한 하모니다. 영화 <헤어질 결심>은 경찰과 간병인을 주인공들의 직업으로 삼으며 영화나 일상에서 제법 익숙한 테마들을 다루었지만, 안개 가득한 ‘이포'라는 가상의 도시를 현실감 있게 그려내는 솜씨로 일상적이면서도 낯선 빛깔과 리듬을 장면에 부여해 관객을 매혹한다. 무엇보다 이 영화의 가장 큰 사건은 해준과 서래의 로맨스이다. 해준이 형사이고 결혼해 안정적인 가정을 꾸리고 있는 데 반해, 서래는 용의자로 지목되었고 남편을 둘이나 잃었으며, 불안정하고 비현실적인 삶을 살아가는 종잡을 수 없는 영혼이자 비련의 여주인공이다. 혼돈스러운 삶이 이어지는 가운데 변하지 않는 유일한 것은 해준에 대한 그녀의 마음이다. 해준은 서래에게 자상함을 보여준 유일한 사람이었다. 두 사람의 사랑은 여러 이유에서 금기가 되거나 결코 나란히 두지 못할 만한 것이 된다. 가능한 한 가장 멀리 있는 존재를 사랑하도록, 마치 두 사람에게 그런 벌이라도 내려진 것만 같다. 사실 이러한 ‘금기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