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025의 게시물 표시

The Freewheelin’ Bob Dylan / Bob Dyl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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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밥 딜런의 레코드는 이번이 처음이지만, 이미 여러 번 그의 음악을 스쳐 지나간 것이 분명하다. 영화 <인사이드 르윈 데이비스>를 통해 밥 딜런이 등장할 무렵 리바이벌 포크 신의 분위기를 간접적으로 접할 수 있었고,  <컴플리트 언노운>을 통해 뉴포트 포크 페스티벌에 일렉 기타를 들고 나타나 새로운 음악을 선보이자 일부 올드스쿨 포크 팬들로부터 원성을 사는 에피소드를 상세히 들여다볼 수 있었다. 그동안 밥 딜런의 음악을 굳이 찾아 듣지 않았다고 해도 위의 영화들을 통해 그를 마주할 기회는 충분히 있었던 것 같다. 미네소타주의 한 도시에서 태어나 로버트 알렌 짐머만(Robert Allen Zimmerman)이라는 이름을 얻은 밥 딜런은 유대계 혈통의 자손인 점과 아버지의 병환으로 인해 작은 유대인 사회에 속해 유년기를 보냈다. 어린 시절 그는 라디오를 통해 행크 윌리엄스(Hank Williams), 자니 레이(Johnnie Ray) 등을 접하면서 음악가의 꿈을 키웠고, 고교 시절 밴드를 결성해 리틀 리처드(Little Richard), 엘비스 프레슬리(Elvis Presley) 등을 커버하기에 이르렀다. 대학 시절 딜런 토마스(Dylan Thomas)의 시를 접하고는 ‘딜런’을 예명으로 사용하기로 결정하면서, ‘밥 딜런’이라는 새로운 정체성을 스스로에게 부여하게 되었다. 밥 딜런은 거기에서부터 왔다. 그는 뮤지션으로서의 삶을 실현하기 위해서, 그리고 우상으로 여기던 포크 싱어 우디 거스리(Woody Guthrie)가 입원해 있는 병원을 방문하기 위해 뉴욕으로 향했다. 1962년 나온 데뷔 앨범 <Bob Dylan>은 트래디셔널 포크, 블루스, 가스펠 커버 곡들로 채워져 있다. 밥 딜런의 오리지널 곡으로는 Talkin’ New York과 Song to Woody 두 곡이 수록되어 있다. Talkin’ New York은 말하듯 노래하는 ‘토킹 블루스’ 형식을 취한 곡으로, 그리니치 빌리지의 카페하우스 및 클럽...

Charm / Clai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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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레어오는 내가 약간 선입견을 갖고 있던 뮤지션이라는 이야기부터 해야 할 것 같다. 그래서 제대로 들어볼 기회를 갖지 못하고 있었는데, 작년에 나온 3집 앨범 <Charm>을 들어보고는 무척 솔깃해져서 마침내 클레어오의 음악을 리뷰해 보려는 생각을 실행에 옮기게 되었다. 2018년 나온 EP 앨범 <diary 001>이 십 대 시절의 경험들을 포착한 흔적이라면 2019년, 그리고 2021년에 나온 정규 1집 <Immunity>와 2집 <Sling>은 이십 대 초반의 경험들을 주요 소재로 삼고 있다고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굳이 여기에 나이라는 기준을 부과하는 이유는, 지병–특발성 소아 관절염(Juvenile Idiopathic Arthritis)--으로 병상 생활을 하거나 뮤지션으로서 투어를 하는 등 평범한 사람들과는 다른 배경을 가진 한 개인으로서 그 나이대에 경험할 수 있는 사랑과 우정에 대한 여러 감정과 고찰들을 꾸밈없이 그려내고 있다고 보여지기 때문이다. 특히 <Immunity>에는, ‘면역성’이라는 타이틀이 의미하는 것처럼 병을 가진 사람으로서의 고통이 잔잔히 묻어나고 있다. 마지막 곡 I Wouldn’t ask you는 병상 생활의 풍경과 함께 병문안을 온 연인에 대한 이야기를 그렸다. 한편 클레어오의 대표곡으로 손꼽히는 Bags와 Sofia는 동성의 관계에서 오는 감정들을 섬세하게 다루고 있다. 기본적으로 병으로 인한 보편적 삶으로부터의 괴리감, 사랑의 쓴 감정들이 담겨 있는 그녀의 음악 속에 자연스럽게 퀴어 정체성의 발견과 성장도 그려지고 있었다. <Immunity>에서는 로스탐 배트매글리즈(Rostam Batmanglij)가 주요 프로듀서로 활약했고, <Sling>에서는 잭 안토노트(Jack Antonoff)가 메인 프로듀싱을 담당하면서 두 앨범의 어법과 색채가 확연히 달라졌다. 개인적 취향으로는 1집이 가진 활달한 ...

Sky Blue Sky / Wil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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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윌코의 음악을 접할 기회가 그리 많지 않았던 것 같다. 왜 그랬을까? 하지만 내 머릿속은 얼마 전 읽게 된 제프 트위디(Jeff Tweedy)의 책 <How to Write One Song>--한국어판 제목은 <한 곡 쓰기의 기술>–의 영향 아래에 놓여 있었고, 윌코의 음악을 마주할 기회를 고대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레코드점에 들러 발견한 반가운 윌코의 <Sky Blue Sky>를 마침내 턴테이블에 올려놓게 되었다. ‘Sky Blue Sky’라는 타이틀에 걸맞은 파란 색상의 바이닐. 찌르레기 떼 앞에 매 한 마리가 나타나자, 생존의 위협을 느낀 새들이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장면을 포착한 커버 이미지는 약육강식의 생태계를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http://news.bbc.co.uk/1/hi/sci/tech/4355628.stm) 그룹에서 보컬과 기타 등을 담당하고 있는 핵심 멤버 제프 트위디는 이 앨범의 작업에 앞서, 윌코의 음악 세계에 있어 가장 혁신적이며 성공적인 성취를 가져다준 두 작품, <Yankee Hotel Foxtrot>과 <A Ghost Is Born>의 스튜디오 효과에 의존적인 환경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입장에 서게 되었다. 여기에서는 서정적 포크 록의 영향을 흡수하고 이를 송라이팅의 방향에 적극적으로 반영하면서, 한결 온화하고 안정적인 사운드 팔레트를 구현했다. 기타리스트 넬스 클라인(Nels Cline)과 팻 산소네(Pat Sansone)의 영입이 특색이 된 윌코의 여섯 번째 앨범 <Sky Blue Sky>는 그룹의 음악 세계의 새 막을 연 작품이라 볼 수 있다. 오프닝 트랙 Either Way는 연인과의 관계에서 모호해진 일들에 대해 담담히 인정하며 위로하는 심정을 그려내고 있다. ‘어느 쪽이든’, ‘난 너를 위해 여기에 머물게(I'm gonna stay right for you), ‘어느 쪽이든’, ...

Did You Know That There’s a Tunnel Under Ocean Blvd / Lana Del R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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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2월, 라나 델 레이의 앨범 가운데 <Born to Die>에 대해 리뷰한 적이 있다. 초기 앨범인 <Born to Die>에서 아홉 번째 정규 앨범인 <Did You Know That There’s a Tunnel Under Ocean Blvd> (약칭: Ocean Blvd)로 이 뮤지션의 음악을 다시 마주하게 된 것은 심한 비약인 것 같기도 하다. 중기 작업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 <Norman Fucking Rockwell!>, <Chemtrails over the Country Club> 그리고 <Blue Banisters>와 <Ocean Blvd>까지의 작업에 담긴 색채가 라나 델 레이의 음악에 있어 매우 결정적인 것처럼 느껴지기에 위의 앨범들에 관해 그동안 다루지 못한 게 유감스럽게 느껴졌다. 며칠 동안 스트리밍으로 위의 앨범들을 집중적으로 살펴보았다. 간략하게 요약해 보자면, 2019년 나온 <Norman Fucking Rockwell!>은 비평적으로 찬사를 받은, 라나 델 레이 음악의 스탠더드 같은 앨범이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프로듀서 잭 안토노트(Jack Antonoff)와의 협업이 여기에서부터 두드러지기 시작한다. 2021년작 <Chemtrails over the Country Club>에서는 주제와 형식 면에서 더욱 페미닌하고 아늑함이 드리워진 음악을 선보였다. 하지만 앨범을 내놓자 일부에서 비판적 반응이 뒤따랐고, 뮤지션은 거기에 대한 저항처럼 <Blue Banisters>를 같은 해에 발표했다. 팬데믹의 영향과 비판적 반응에 대한 저항 의식이 복합적으로 얽힌 <Blue Banisters>는 뮤지션이 내면에 집중하면서 조금 혼란스럽게 들려오는 측면이 있지만, 이 앨범이 없었다면 <Ocean Blvd>의 세계가 훨씬 낯설게 다가왔을 거라 생각되었다. <Blue Ban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