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025의 게시물 표시

Horses (50th anniversary) / Patti Smi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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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sj_musicnote를 계속해 나가는 동안, ‘이 앨범은 꼭 이야기해야 되는데…’라고 생각하는, 일종의 에센셜 레코드들이 있었다. (물론 지금도 그런 레코드들은 많이 있다) 패티 스미스의 <Horses>도 그중 하나였다. 아무튼 이 앨범에 대해서는 언젠가 이야기할 거라고 막연히 생각하고 미루고 있었는데, 마침내 기회가 왔다. 바로 얼마 전 50주년을 기념해 바이닐이 재발매되었다. 재발매반은 오리지널보다 더 많은 보너스 트랙들을 수록하고 있다. 새로운 입김을 불어넣은 50주년 기념 <Horses>를 통해서, 이 음반이 여전히 상징적이며 시간을 견디는 레코드들 중 하나라는 사실을 재확인하게 된다. 패티 스미스의 삶을 대충만 돌아 봐도, 그녀가 예술가의 삶 그 자체를 걸어온 것을 알 수 있다. ‘예술가의 삶’이란 말이 모호한 기준을 제시하는 것 같으니 말을 조금 다듬어 보자면, 예술의 바다에 온 정신과 온몸을 던진 것 같다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패티 스미스는 예술을 탐닉하는 유년기를 보냈는데 특히 아르튀르 랭보(Arthur Rimbaud)의 시를 무척 좋아했다. 뉴저지의 시골 지역에서 가족과 함께 생활하면서 공장에서 노동자로 일하던 시절, 제대로 이해할 수도 없었지만 랭보의 신비로운 언어는 어린 소녀의 가슴속에 예술의 길에 대한 열망을 품도록 하는, 꺼지지 않는 사랑의 불씨였다. 또 어린 시절 자주 아팠던 그녀는 집에 머물며 어머니가 들려주던 레코드들을 벗 삼아 자랐는데, 그때 들은 밥 딜런의 레코드들도 그녀가 시인의 꿈을 이어가도록 만드는 결정적 동기였다.   패티 스미스가 동경했던 랭보의 책 표지 CBGB 클럽의 모습 불안정하고 와일드한 채로 청춘 시절이 시작되었다. 이십 대 초반 뉴욕에 도착해 사진가 로버트 메이플소프(Robert Mapplethorpe)와 파트너가 되었고, 둘은 첼시 호텔에 머물렀다. 패티 스미스는 음악 활동보다 시로 먼저 예술 작업을 시작했다. Max’s Ka...

Titanic Original Soundtrack / James Hor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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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무 유명한 작품이라 <타이타닉>이 한국에서 처음 개봉한 1998년 이후 지금까지 이 영화를 여러 번 보게된 것 같다. 이 영화의 사운드트랙에 대해 글을 쓰는 날이 올 거란 생각을 해본 적이 없지만, 마침내 그 기회가 내 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어쩐지 감격스러운 기분이 드는 건 단순히 영화나 음악에 대해 가지는 존경심 때문만이 아니라 이미 안 지 오래된, 영화와 나 사이에 놓인 두터운 시간의 퇴적이 새삼스레 요동치듯 움직이기 때문인 것 같다. 글을 쓰기에 앞서 우선 영화를 재감상했다. 3시간에 가까운 러닝 타임의 압박이 있어도, 내용을 다 알고 봐도 한순간도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코앞에 재난이 닥치자 분별력을 잃고 더욱 비열해지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의로워지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 특히 끝까지 자신의 소명을 다하거나 자리를 지키는 인물들이 전하는 감동과 교훈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는다. 거대한 유람선에서 가장 호화로운 공간을 점유한 기품 있는 상류층 승객들과 가난하고 낭만적인 방랑자 잭과 같은 3등석 사람들의 위선 없는 모습이 교차하는 가운데 배의 엔진을 가동시키기 위해 땀 흘리며 일하는 일꾼들의 모습 또한 그려져 있었다. 실제로 일어난 사건이라는 피할 길 없는 무게감을 완화시키는, 잭과 로즈의 로맨스 전개는 영화의 스토리를 이끄는 원동력이었다. 서로 다른 환경에 놓여 있는 두 사람. 안목 있는 화가인 덕분에 잭은 처음 본 순간부터 로즈의 본성을 알아보고 특유의 명랑한 성격과 마인드로 그녀의 삶이 시들지 않도록 인도한다. 영화는 후반부부터 감동이 끊이지 않았지만, 정점을 찍은 건 아무래도 엔딩 신인 것 같다. 주름이 깊은 100세의 할머니가 된 로즈는 꿈을 꾼다. 타이타닉의 문이 다시 열리고 그 안은 환하다. 한 장의 사진도 없이, 오로지 자신의 기억 속에만 존재하던 잭이 시계 앞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다. 죽어서 다시 만날 수 있다는 이러한 해석은 사랑하는 이를 먼저 보낸 사람이 품을 수 있는 보편적인 로망...

Born in the U.S.A. / Bruce Springs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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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루스 스프링스틴의 음악에 대해 탐구해 보는 시간은 아마도 여느 때보다 느리게 흘러갔을 것이다. ‘보스(뮤지션의 별명 ‘The Boss’)’의 음악에 대해 처음 글을 쓰는데, 그 시작이 <Born in the U.S.A.>라는 사실을 처음에는 조금 걱정했던 것 같다. 타이틀은 물론 앨범 커버만 봐도 가장 미국적인 레코드란 사실이 여지없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것이 과연 적절한지 아닌지, 혹은 내가 제대로 소화할 수 있는지 여러 번 자문했던 것 같다. 전작 <Nebraska>와 <Born in the U.S.A.>는 확연히 색깔이 다르지만, 실은 같은 뿌리를 공유하고 있다. <Born in the U.S.A.>에 수록된 트랙들의 일부가 <Nebraska>의 데모 테잎에서 가져온 것들이고, 그것들은 <Nebraska>와 그전 앨범들과 마찬가지로 노동자 계층의 상심과 고통을 다룬 주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어둡고 무거운 내용을 앙상한 로파이 사운드와 함께 끌어낸 <Nebraska>와 대조적으로, <Born in the U.S.A.>에서는 밴드 스케일로 편곡해 로큰롤, 로커빌리, 록 발라드, 신스 록 등 다양한 장르를 구현하면서, 대체로 업비트 무드로 이끌어가는 진취적 성향을 드러낸다. 간단히 말하면, <Nebraska>는 고립된 환경에서 어두운 이야기를 써나간 특징을 가지고, <Born in the U.S.A.>는 비슷한 주제를 저항성이 내재하는 록 사운드로 풀어낸 것이다. <Nebraska> 데모에 녹음되었던 암울한 내러티브의 곡들–Born in the U.S.A., Working on the Highway, Downbound Train–을 제외하면 나머지 곡들에서는 향락적 열망이나 욕망, 희망과 동료애에 대한 인식까지 사회적 차원뿐만 아니라 개인적 차원을 들여다본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Blood on the Tracks / Bob Dyl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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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주에 다루었던 <The Freewheelin’ Bob Dylan>은 1963년 나온 그의 두 번째 앨범이었다. 신인으로서 풋풋함이 실려 있는, 은유적이면서도 강렬한 저항적 메시지를 담은 곡들로 이목을 집중시킨 60년대 포크 명반 가운데 하나였다. 그리고 <Blood on the Tracks>는, 밥 딜런의 앨범들 가운데 흔히 ‘최고’라 여겨지는, 비평가들과 팬들의 마음 모두를 사로잡은, 여러 음악 매체들로부터 그 중요성을 인정받아 온, 비록 뮤지션 자신은 부정했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의 첫 번째 결혼 생활에서의 위태로움을 반영했다고 느끼는 앨범이라 말할 수 있다. 이 앨범에 대한 수식이 너무 긴 걸까? 아무튼 그 정도로 음악팬들의 관심이 높은 앨범이라는 사실은 틀림이 없는 것 같다. <The Freewheelin’ Bob Dylan>이 발표된 1963년과 15번째 앨범이 나온 1975년 사이에 밥 딜런은 여러 변화를 겪었다. 일렉 기타를 처음 들고나왔을 때 일부 팬들로부터 비난을 받기도 하고, 비틀즈에 큰 영향을 받아 자신의 음악에 적극 반영하기도 한다. 1966년 <Blonde on Blonde>를 발표한 뒤 오토바이 사고를 겪은 다음부터는 대중의 관심으로부터 거리를 두고 레코딩에 집중하는 시기를 보낸다. 컨트리 지향 앨범 <Nashville Skyline>을 낼 무렵엔 날카롭던 목소리도 마치 다른 사람의 노래처럼 느껴질 만큼 부드러운 음색으로 변했다. 어떤 앨범, 그러니까 1970년작 <Self Portrait>에 대해선 혹평을 받기도 했다. 1973년엔 <관계의 종말(Pat Garrett and Billy The Kid)>이라는 영화에 출연하고 사운드트랙 작업도 담당했다. 이미 잘 알려진 Knockin’ on Heaven’s Door의 오리지널 곡이 바로 여기에 수록되어 있다. 그 후 레이블을 옮겨 Asylum에서 루츠 록 기반의 음악 ...